[길섶에서] 명절의 의미/손성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명절의 의미/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4-09-10 00:00
수정 201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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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 입을 것이 귀하던 시절엔 명절은 아이들에게 부족한 두 가지를 채우는 기쁨을 주었다. 평소에 먹어보지 못하던 제수 음식을 우겨넣듯 먹고는 배앓이를 하곤 했다. 명절날에 입을 새 옷이나 신발을 미리 선물 받고는 누가 훔쳐갈까 자기 전에는 머리맡에 고이 모셔놓았었다. 풍년을 내려준 조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까지는 몰랐겠지만 먹고 입는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느낄 줄 알았다.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도 피곤함을 덜 느끼지 않았을까.

21세기의 아이들에게 명절의 의미는 무엇일까. 음식과 옷이 남아 돌아서 버려지는 세태에서 그 고마움을 알 리가 없다. 차례란 늦잠을 자지 못하게 깨우는 귀찮은 존재라고 일갈할지도 모른다. 패스트 푸드에 길든 아이들에게 떡이나 전이 입맛에 맞지도 않고 귀했던 명절 음식은 이제 처치 곤란인 지경이 됐다. 어른들은 어른들 대로 즐거워야 할 명절이 일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와 ‘명절증후군’이란 새로운 용어가 만들어졌다. 명절날 일을 하기 싫은 여성들을 위한 명절용 가짜 깁스까지 버젓이 팔리는 세상이라니 조상님이 땅속에서 웃을 일이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4-09-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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