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절두산/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절두산/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04-16 00:00
수정 2013-04-16 02:3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언젠가 여행한 포르투갈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가물가물하지만, 파티마에 대한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작은 마을 파티마는 한 해에 수백만명이 찾는 가톨릭 성지(聖地)라고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어느 날, 양을 치는 세 아이 앞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다. 성모 마리아는 5개월 동안 매달 13일 이곳에 와서 평화를 기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침내 10월 13일, 7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모 마리아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1930년 ‘성모 발현(發顯)’을 공인하고 1953년 대성당을 세웠다.

엊그제 서울 양화진의 절두산 성당을 찾았다. 누에의 머리를 닮아 잠두봉(蠶頭峰)으로 불리다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이 참수형으로 순교하면서 절두산(切頭山)이 됐다. 이곳에서 순교한 것으로 기록이 확인된 사람은 29명이지만, 수천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박물관에서는 포교와 박해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당시 신앙과 목숨을 맞바꾼 사람은 전국적으로 8000명에 이른다고 한국 교회는 설명한다. 절두산에 비하면 ‘파티마의 기적’은 오히려 감동이 적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3-04-1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