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초코파이/이도운 논설위원

[길섶에서] 초코파이/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1-11-22 00:00
수정 2011-11-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1994년 초 시베리아에 갔다. 탈출한 북한 벌목공들을 취재했다. 춥고, 무섭고, 배고팠던 출장이었다. 작은 위안거리가 있었다. 초코파이. 현지에서 인기 좋다는 말을 듣고 잔뜩 사갔다. 우선 내가 먹었다. 영하 20도의 추위에 딱딱해진 초코파이를 씹으며 허기와 외로움을 달랬다. 취재의 윤활유 역할도 했다. 관공서나 시장에서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하나씩 건네면 분위기가 좋아졌다. 받은 이들은 대부분은 먹지 않고 가방에 넣었다. 집에서 기다리는 어린 아들과 딸을 위한 선물이었다.

개성공단에서 초코파이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고 한다. 기업마다 간식으로 제공하는 초코파이 개수가 달라 북한 근로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단다. 그들에게 초코파이는 간식이 아니다. 밥이 부족한 아이들의 양식이고, 장마당에 내다 팔아야 할 수입원이기도 하다.

1999년 다시 시베리아를 방문했다. 마을 곳곳 상점마다 초코파이가 가득했다. 언젠가는 북한 주민들도 초코파이 정도는 마음놓고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1-11-22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챗GPT의 성(性)적인 대화 허용...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글로벌 AI 서비스 업체들이 성적인 대화, 성애물 등 ‘19금(禁)’ 콘텐츠를 본격 허용하면서 미성년자 접근 제한, 자살·혐오 방지 등 AI 윤리·규제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GPT-4o’의 새 버전 출시 계획을 알리며 성인 이용자에게 허용되는 콘텐츠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19금 대화가 가능해지는 챗GPT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어떤가요?
1. 찬성한다.
2. 반대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