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주머니/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주머니/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0-07-20 00:00
수정 2010-07-2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최근 한 대학병원에 다녀왔다. 같은 의사한테 10여년째 진료를 받고 있다. 그는 진지하고 점잖은 스타일이다. 설명도 잘해준다. 하지만 그는 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한다. 나 또한 그런 의사의 태도에 아는 체하기 어렵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이도 아닌데 의사와 나는 초면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안다. 밀려오는 환자들에게 아는 체하기에는 그들이 얼마나 피곤하고 바쁜지도 안다. 그래서 날 알아봐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마음이 불편한 것은 그는 나를 비롯한 여성 환자들을 ‘아주머니’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의 책상 위에는 환자의 이름이 적힌 차트가 분명 있다. 그래도 그는 예의를 차려 아줌마 대신 아주머니라고 높여 부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남자 환자들한테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은 못 본 것 같다. 미국에서 병원에 간적이 있다. 담당 의사는 치료에 앞서 손을 내밀며 인사부터 했다. 발음하기 어려운 내 이름도 그대로 불러줬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0-07-20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