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병언 부실수사 법·검·경 수뇌부 책임져야

[사설] 유병언 부실수사 법·검·경 수뇌부 책임져야

입력 2014-07-25 00:00
업데이트 2014-07-2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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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온 나라를 극심한 좌절감에 빠지게 했다는 것을 굳이 재론할 필요는 없다. 충격 속에서도 온 국민이 이전과는 다른 나라를 만들겠다고 자세를 다잡은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 성과가 아직은 미미하다고 해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만은 여전히 충만하다. 그런데 세월호 수사를 맡은 검찰과 경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다시 억장이 무너진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주체다. 생때같은 우리 자식들의 목숨을 대가로 부정하게 빼돌린 유병언 일가의 재산을 마지막 한 푼까지 밝혀내 수습에 투입해야 할 책임을 짊어진 것이 또한 이들이다. 검찰이 전남 순천의 별장을 수색했지만 비밀공간에 숨어 있는 유씨를 찾지 못해 놓쳤다는 것은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경찰이 별장에서 멀지도 않은 곳에서 1000만원짜리 이탈리아산 코트를 입은 유씨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노숙자로 판단해 40일 남짓 허송세월한 것은 코미디다. 검·경의 도를 넘는 엉터리 수사에 그저 허탈할 뿐이다.

검·경은 그동안 유씨 검거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큰소리쳤다. 하지만 실제 검거 작전에서 드러난 검·경의 역량은 우려를 넘어 참담함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검찰이 별장 급습 당시 정밀수색을 벌이고도 밀실을 찾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이후 수사관을 철수시켜 유씨의 도주를 사실상 방조한 것은 더욱 한심하다. 검찰은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유씨의 여비서 신모씨로부터 진술을 받고 황급히 재수색에 나섰지만, 유씨가 그때까지 남아있을 리는 만무한 일이다. 당시 현금 8억 3000만원과 미화 16만 달러가 든 여행가방을 찾았고, 이후 수사관을 현장에 잠복시켰지만 경찰과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경찰이 별장에서 2.3㎞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된 백발노인의 시체를 어떻게 단순 변사자로 처리했는지도 의문이다. 경찰이 애초부터 세월호 수사를 ‘남의 일’로 생각하고 시늉만 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검·경은 부실 수사에 대한 수습에 나선 듯하다. 인천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대검 감찰본부는 순천지검 감찰에 들어갔다. 경찰도 전남지방경찰청장, 순천경찰서 서장과 형사과장을 직위해제하고 역시 감찰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문책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국민은 검·경 관계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검·경 수뇌부가 아직도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꼬리 자르기에 나서고 있느냐는 힐난의 목소리만 높일 뿐이다. 지금은 기존의 수사 책임자가 모두 물러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의 결심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2014-07-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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