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닥다리/황인숙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닥다리/황인숙

입력 2022-02-24 20:20
업데이트 2022-02-25 02:5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사닥다리/황인숙

봄이 되면

방바닥에 누워 있는 사닥다리를 세우겠네

은빛 사닥다리

은빛 사닥다리를 타고

지붕 위에 오르겠네

사닥다리, 뼈로만 이루어진 사닥다리

한 디딤마다 내 발은 후둑후둑 떨겠네

내 손은 악착같이 사다리를 쥐겠네

사닥다리, 발이 손을 따르는 사닥다리

구름이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오네

대추나무가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오네

종달새가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오네

돌멩이가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오네

땅바닥이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오네

내 사랑이 아슬아슬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오네

봄이 되면

땅바닥은 누워 있는 사닥다리를 세우네

봄이 오면 땅이 세우는 사닥다리 참 신비하군요. 땅이 세운 이 사닥다리를 처음 발견한 이가 시인이라는 것 또한 신비해요. 좋은 인간, 좋은 세상을 위해 학교 공부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왔지만 시 공부만큼은 좀 필요하다는 생각 드는군요. 시란 다름 아닌 마음 수련의 장이니까요. 사막 같은 인간의 마음도 시를 만나면 오아시스도, 은하수도 될 수 있지 않겠는지요. 35년쯤 전 대학로 샘터 앞 지날 때 “곽재구 시인 아니세요?” 물어 온 이가 있었습니다. 이 사다리를 발견한 이이지요. 봄이 35차례쯤 지나는 동안 단 한 차례 다시 만나지 못했으니 이 세월 또한 신비하군요.     

곽재구 시인
2022-02-25 3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