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환상의 빛/강성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환상의 빛/강성은

입력 2020-08-20 17:34
업데이트 2020-08-21 01:5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환상의 빛/강성은

내가 사랑하는 동유럽 작가들처럼

고통이 빛이 되는

삶은 내 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한밤중 택시를 타고 달릴 때

문득 흘러나오는 슈베르트의 가곡처럼

죽은 시인과 죽은 외할머니가

함께 잠들어 있는 내 환한 다락방처럼

꿈에서도 손가락을 박는 재봉사의

잠과 밤처럼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것

모국어라는 이상한 공기처럼

시라는 이상한 암호처럼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밤을 보낸 아침 거울 속의 괴물을 보았다. 영상 49도. 온몸에 붉은 땀띠가 일었다. 땀띠라기보다 수포에 가까웠다. 약사가 “프리클리 히트(prickly heat)”를 반복하며 하얀 가루약을 주었다. 온몸에 가루약을 도배하고 거울 속의 나를 보는데 연민이 일었다. 여태껏 편히 살았지? 이제 고생 좀 해. 2년 가까운 인도 체류, 몸을 학대할 때 마음에 기쁨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감자 두 알과 밀크티 한 컵으로 하루를 견디며 불가촉천민의 마을을 걸어갈 때 숲의 꽃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비로소 알았다. 고통이 빛이 되는 삶은 내 것 아니기 바라는 시인의 마음 이해한다. 언젠가 그에게 지난 고통을 사랑하게 될 날 올 것이다.

곽재구 시인
2020-08-21 3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