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질의응답/안미옥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질의응답/안미옥

입력 2017-05-05 17:52
수정 2017-05-05 18: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설진화-Buen Camino, Sarria(수줍은 허밍)
설진화-Buen Camino, Sarria(수줍은 허밍) 91x117cm, 순지에 채색.
단국대 동양화과, 이화여대 대학원 동양화 전공. 가톨릭청년미술가회 창립전 등.
질의응답/안미옥

정면에서 찍은 거울 안에
아무도 없다

죽은 사람의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
버티다가

울었던
완벽한 여름

어떤 기억력은 슬픈 것에만 작동한다
슬픔 같은 건 다 망가져버렸으면 좋겠다

어째서 침묵은 검고, 낮고 깊은 목소리일까
심해의 끝까지 가닿은 문 같다

아직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

생각하면
생각이 났다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아남는다. 산 사람은 죽은 사람의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 슬픔을 견디는 사람의 기억력은 왜 유독 슬픈 것에만 작동하는 것일까. 죽음이나 슬픔 같은 건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죽음도 슬픔도 사라지지 않는다. 장켈레비치라는 철학자는 “생의 힘과 강도는 바로 죽음이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지. 죽음이 없다면 생이 이토록 매혹적이지도 빛나지도 않았을 테다. 침몰하는 여객선 안에서 “아직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살려 달라고, 살려 달라고!

장석주 시인
2017-05-06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챗GPT의 성(性)적인 대화 허용...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글로벌 AI 서비스 업체들이 성적인 대화, 성애물 등 ‘19금(禁)’ 콘텐츠를 본격 허용하면서 미성년자 접근 제한, 자살·혐오 방지 등 AI 윤리·규제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GPT-4o’의 새 버전 출시 계획을 알리며 성인 이용자에게 허용되는 콘텐츠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19금 대화가 가능해지는 챗GPT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어떤가요?
1. 찬성한다.
2. 반대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