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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후] 인권의 무게/이재연 정치부 차장

[마감 후] 인권의 무게/이재연 정치부 차장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2-11-21 20:26
업데이트 2022-11-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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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정치부 차장
이재연 정치부 차장
지난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연회장에선 짧지만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전날 있었던 양국의 약식회동 내용이 보도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1분 남짓한 대화는 방송 풀(pool)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시 주석은 “우리가 나눈 모든 대화가 언론에 유출됐다. 그런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며 “진정성이 있다면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솔직한 대화를 지지한다”고 말을 이어 가자 시 주석은 두 손을 들어 차단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여건을 만들자”고 한 뒤 자리를 떴다.

이례적으로 상대국 정상을 공개석상에서 질책하는 듯한 태도에 대해 당장 ‘무례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캐나다 현지에선 “우리를 소국으로 여겼다”는 항의 여론이 터져 나왔다.

전날 캐나다 정부 측이 언론에 “트뤼도 총리가 중국의 점점 더 공격적인 간섭활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브리핑했는데, 시 주석이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캐나다 측이 지목한 ‘간섭활동’이란 중국이 2019년 캐나다 선거에서 친중 후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중국은 그동안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강제노동·성폭행 등 인권 침해 의혹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내정간섭’으로 항의해 온 터라 타국에 대한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으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을 법하다. 그동안 서방 세계가 중국 내 소수민족, 홍콩의 인권탄압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중국은 “인권문제를 정치화해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라고 반발해 왔다. 그런데 이런 행태는 서방 국가든 공산권 국가든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그러는 동안 인권 자체가 종종 뒷전으로 밀려날 때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편치 않았던 캐나다와 중국의 관계는 표면적으론 인권문제였지만, 이면에는 결국 패권 경쟁이 도사리고 있다. 캐나다는 2018년 12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를 미국 요청에 따라 이란제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뒤 지난해 9월에야 석방한 바 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서방 진출로 국가안보에까지 위협을 느낀 미국의 견제가 먹힌 셈이다. 중국은 당시 “멍완저우가 캐나다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1000일 가까이 구금된 것은 명백한 자의적 구금이며 인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올해 초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을 향해 “구금의 달인”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북한 인권 역시 그동안 국제사회는 대체로 한목소리였는데, 정작 남한에선 정권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와 개선 촉구를 담은 북한인권결의안이 다음달 유엔총회에서 18년 연속 통과를 앞두고 있다. 올해 결의안에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언급하는 대목도 담겼다. 남한이 문재인 정부 당시 4년간 결의안에 불참했던 조치, 그리고 새 정부 들어 결의안에 다시 참여하기로 한 결정을 정치적 논란거리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인권의 무게는 지구의 무게와 같다’는 말처럼 무게 면에서 가벼운 인권은 지구상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재연 정치부 차장
2022-11-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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