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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경우가 발라야/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CEO칼럼] 경우가 발라야/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입력 2013-01-28 00:00
업데이트 201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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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바른 사람’, ‘경우 없는 일’, ‘경우가 선다’, ‘경우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경우(境遇)라는 말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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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국어사전에서는 경우를 ‘사물의 이치,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 길. 사리나 도리’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라는 점에서 보면 법보다 경우가 우선한다. 때로 법은 맞지 않기도 하지만, 경우는 늘 바른 것이다.

기원전 210년, 춘추전국시대의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사구에서 갑자기 병으로 죽자, 숨을 죽이고 있던 수많은 군웅이 다시 천하를 노리고 우후죽순처럼 일어났다. 천하는 진나라가 통일하기 이전의 불안과 혼란의 시대로 되돌아갔다.

천하를 노리는 사람들 가운데 항우가 가장 강력했다. 항우는 모사인 범증의 건의에 따라 초나라 왕실의 후손을 찾아 왕으로 세우는 등 초나라의 부흥을 명분으로 거병했고 이에 공감한 많은 사람이 항우를 따랐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세력이 강해지자 항우는 자신을 과신하고,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 번은 초(楚) 회왕이 진나라 수도 함양을 먼저 함락시키는 사람에게 그 땅을 주고 왕으로 삼겠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 경쟁에서 유방이 이겼다. 그러나 항우는 회왕의 약속을 무시하고, 유방을 대륙 서쪽의 변방지역인 촉의 한왕으로 봉해 버렸다. 이어서 항우는 자신이 옹립했던 회왕을 살해하고 스스로 정권을 잡았다. 경우 없는 행동이었다. 이런 항우의 행동에 실망한 사람들은 항우를 떠나 유방을 의지하게 되었다.

기원전 202년, 해하에서 유방은 항우를 떠나 온 사람들과 힘을 합쳐 사면초가 전략으로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거머쥐었다. 천하를 차지한 유방이 신하들과 함께 승패에 대한 원인을 분석했다. 이때 한신이 나와 항우에 대해 ‘재능은 유방을 능가하지만, 성격이 지나치게 소심하고 자기중심적이므로 큰 인물이 못 된다’라고 평가했다. 항우의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결국 경우 없는 행동을 불러왔으며 이것이 항우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들어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재벌의 아들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자격으로 국제중학교에 입학한 것에 대하여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해 당사자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절차상으로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말이 옹색하고 궁색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들이 경우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우에는 소통(疏通)의 의미도 들어 있다. 사람이 자신만을 믿고 행동할 때, 고집이 생겨난다. 항우처럼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상대방을 믿지 않는 사람의 고집이 개인이나 가정, 사회나 국가의 몰락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경우가 발라야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로 모일 때 우리 사회는 밝고 맑은 사회가 될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밥 한 번 얻어먹으면, 한 번은 사야 하는 것이 경우다. 경우가 없는 사람은 바르지 못한 사람이다. 경우 바른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경우 없는 사회는 불공정한 사회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경우 바른 사회, 약속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선거에서의 공약도 지켜져야 하며 이런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 할 것이다.

새 정부의 출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 정부에는 경우 바른 사람들로 가득 차고, 새해에는 경우 바른 일들이 넘쳐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2013-01-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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