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MB 퇴임 D -13/김성수 정치부 차장

[데스크시각] MB 퇴임 D -13/김성수 정치부 차장

입력 2013-02-12 00:00
업데이트 2013-02-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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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정치부 차장
김성수 정치부 차장
“제가 오늘은 말 놓고 한마디만 할까요. 야~기분 좋다.”

2008년 2월 25일. 권좌에서 물러나 봉하마을로 내려온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이전 어떤 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직설적인 퇴임의 변(辯)이었다. 환호하는 고향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환한 미소를 보였던 그는 그러나 1년 3개월 뒤 검찰 수사를 받다가 비극적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독재자라는 비난을 들으며 해외로 쫓겨나 쓸쓸한 최후를 맞았던 초대 대통령이나 퇴임 후 감옥에 갔던 군 출신 대통령들처럼 그 역시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한 전철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명박(MB) 대통령도 퇴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13일 뒤면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MB에 대해 역사는 어떤 평가를 내릴까. 5년 동안 한 일을 열거하면 공과(功過)가 모두 있겠지만, 잘못한 것만 꼽아 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다.

먼저 MB는 ‘명박산성’으로 대표되는 ‘불통’ 이미지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소통 강화는 말뿐이었고 아는 사람, 썼던 사람만 다시 쓰는 회전문인사를 반복하면서 실패를 자초했다. 결과적으로 국정운영을 하면서 일방적인 독주를 했다는 비난도 끊이질 않았다. 부자·특권층만을 위한 정권이었다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더욱 굳어졌다.

대북 정책도 5년간 어떤 결과물도 얻어 내지 못했다.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는 굴욕적 평화에서 한반도 평화결정권과 남북관계 주도권을 회복했다’(대통령실 刊, 이명박 정부 국정성과)라고 자랑스럽게 자평했지만, 현 정권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겪었고, 물러나는 날까지 북한의 핵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비핵개방3000(북한이 핵 포기를 하고 개방하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높여주겠다는 것) 공약은 애당초 물 건너 갔다. 오히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2009년 5월에 이어 한 정권에서만 두 번의 북한 핵실험을 겪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이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협상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공격을 진지하게 걱정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크게 후퇴한 것은 오롯이 이 정권 들어서 생긴 일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잘못은 임기 말 단행한 특별사면이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데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최측근을 무리해서 풀어준 것은 그나마 남았던 지지자들까지 MB에게서 등을 돌리게 했다. 평소 여의도 정치를 혐오했던 이 대통령이 마지막에 가서는 가장 정치적인 행동을 했다는 비난도 거세다.

물론 이 대통령이 임기 중 잘한 일도 많다.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두 번의 경제위기를 극복한 것을 비롯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중동 원전 수주, 녹색기후기금(GCF) 송도 유치 등은 MB가 아니었으면 쉽게 하기 어려운 쾌거로, 국격을 한 단계 높인 계기가 됐다고들 한다.

MB는 다음 주 초쯤 퇴임 기자회견을 갖는다. “야~기분 좋다.” 이런 말은 안 하겠지만, 집권 5년에 대한 진솔한 성찰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공허한 자화자찬이 아니라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지만, 결국 5년 동안 살림살이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많은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sskim@seoul.co.kr

2013-02-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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