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대갈등과 새정부의 과제/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 세대갈등과 새정부의 과제/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입력 2012-12-28 00:00
업데이트 2012-12-28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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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있다.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와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사회는 정체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과 그에 따른 갈등은 긍정적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변화가 많은 사회일수록 세대 갈등이 크다. 한국사회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서 영국의 6배, 일본의 3배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세대 갈등이 심한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역동적인 사회변화의 결과이자 또한 한국사회의 역동성의 요인이다.

18대 대선에서 나타난 세대 간 정치적 선호 차이가 최근 노인 복지문제로 불똥이 튀면서 세대 갈등이 정치화되고 있다. 노인 표가 압도적으로 박근혜 후보로 쏠리면서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많이 지지한 젊은 유권자 일부가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무임승차’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부담은 젊은 세대가 하고, 혜택은 노인들이 보는 현실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감이 불거진 것이다.

해방 후 각기 다른 세대는 각기 다른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전쟁, 민간독재, 4·19학생혁명, 군부독재, 민주화, 동구권 붕괴, 외환위기, 정권교체, 신자유주의 경제개혁과 세계화 등 국내외에서 일어난 역사의 격변을 세대마다 다르게 겪었다. 그래서 각 세대의 과거 인식은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은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격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지금이 어느 때보다 세대 차이의 인정과 세대 간 연대가 절박한 시기라는 점이다. 한국은 2012년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빈곤층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다. 지금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현재 젊은이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 그들 중 절반 이상은 빈곤층이 될 것이다. 21세기 한국사회가 오래 사는 것이 복이 아니라, 천형이 되는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다.

한국의 미래는 젊은 세대의 몫이지만, 젊은이들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것이 세대 간 연대가 필요한 이유이다. 젊은 세대가 감정적으로 세대 간 차이를 앞세우고 또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를 외면하는 것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다. 정치권이 세대 갈등을 단기적인 정치적 목적 달성에만 이용하고자 한다면, 세대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반대로 정치권이 세대 간 통합을 모색하고 세대 연대를 이끌어 내고자 노력한다면, 세대 간 갈등은 역동적인 사회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오래전에 스웨덴 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스웨덴 국회 복지위원회 위원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연금 개혁이 8년 이상 오래 걸린 이유를 물었다. 50대 여성 복지위원장 답변은 복지 개혁은 자신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문제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신중하게 접근하여 여야 합의를 도출하는 데 8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철학이 몸에 밴 것이었다. 정말로 부러운 정치철학을 지닌 정치인이었다.

현재 세대 갈등은 18대 대선을 계기로 크게 대두되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집권 여당과 차기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세대 갈등 해결은 정치적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미래와 관련된 문제라는 인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세대 갈등을 역동적인 사회발전의 에너지로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한국사회는 그만큼 지체될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나이를 먹게 된다. 세월과 함께 기억 속에는 과거만 흔적으로 남게 된다. 미래를 생각하지만, 미래는 기억 속에는 없다. 미래는 만들어져야 한다. 세대를 가로지르는 세대 연대에 기초하여 정치권과 정부가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 세대 갈등의 해결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2012-12-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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