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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미성년자의 성적자기결정권/백민경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미성년자의 성적자기결정권/백민경 사회부 기자

입력 2012-05-17 00:00
업데이트 2012-05-1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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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여학생이 60대 노인과 서로 합의, 관계를 맺었다면 범죄에 해당될까. 대다수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 일이지만 형법 규정상 처벌은 불가능하다. 본인의 책임 아래 상대방을 선택,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성적자기결정권’의 나이를 만 13세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강제성이 없고 인위적으로 심신미약 상태를 만들지 않았다면 서류상으로는 문제 삼을 수 없다. 갓 중학교 교복을 입은 어린 여학생이 순간적으로 자신이 동경하는 연예인이나, 지위가 높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끌려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그 나쁜 어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다. 참 관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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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 경제부 기자
백민경 경제부 기자
외국은 다소 다르다.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나이=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할 수 있는 나이’인 곳이 적잖다. 통상 만 16세나 18세다. 행동에 따른 책임 의무를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관계와 동시에 뒤따를 임신, 결혼 등을 감당할 수 있는지 포괄적으로 묻는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쉽게 말해 부모의 동의 없이 결혼하려면 스무살은 넘어야 하지만 성관계는 13살만 돼도 가능하다. 미성숙한 자아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준 것과 마찬가지다. 개인의 인권, 의사를 존중한다고 보기엔 우리는 너무 어린 연령대에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여한 셈이다. 선진국은 14~18세처럼 아동은 아니지만 미성년인 상대와 합의에 따라 성관계를 가지면 성폭행은 아니어도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형량을 부과하고 있다. 의사결정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엔 보호가 필요한 만큼 연령대에 맞춰 처벌한다는 취지다.

최근 연예인 고영욱씨가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도마에 올랐다. 고씨는 합의 하에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물론 현행법상 위법적인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법이 아닌 도의적인 책임만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우리 미성년자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 “동의했다.”는 한마디로 미성년자들의 신체적·정신적 성숙도를 십분 인정해 주는 것이 맞는 것인지 말이다.

white@seoul.co.kr

2012-05-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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