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우주 식민지/구본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우주 식민지/구본영 논설위원

입력 2011-11-29 00:00
업데이트 201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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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중 큰 전쟁을 많이 치른 정당은 어느 쪽일까. 흔히 보수적인 공화당 정부가 ‘패권 전쟁’을 더 많이 수행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는다. 그러나 실제론 민주당 정권이 국제전에 개입한 전례가 훨씬 많았다. 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도 민주당 때였고, 공화당 시절 국제전은 부시 대통령 부자가 시작한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 정도다.

베트남전을 점화한 대통령도 민주당의 존 F 케네디였다. 그는 국제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차원을 넘어 우주개발의 신기원까지 열었다.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맨 처음 우주공간에 쏘아올렸다. 충격을 받은 미국인들에게 케네디는 1962년 “10년 이내에 우주인이 달을 밟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로선 공상과 같은 예언이었다. 하지만 우주를 ‘뉴 프런티어’(새로운 변경)로 제시하자 더 이상 개척할 서부가 없었던 미국민은 열광했다.

엊그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를 실은 아틀라스 5호 로켓을 성공리에 발사했다. 오바마의 민주당 정부가 오래 전부터 예고했던 터라 놀라운 일은 아니다. 정작 그 직후 흥미로운 뉴스가 터져 나왔다. 나사가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했던 지점 주변을 출입금지 구역으로, 그 상공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일본 아사히 신문의 보도였다. 이에 따라 ‘우주판 골드러시’가 시작됐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나사의 지침은 ‘달 표면 알박기’라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물론 나사 측은 ‘우주 선점’을 위한 지침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달 표면의 우주 기기 등 미국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착륙 지점엔 이·착륙 기기는 물론 성조기와 우주인들이 먹던 음식과 배설물까지 남아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 식민지 경쟁의 서전이 개막됐다는 성급한 관측까지 제기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열강들 간 우주 각축전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와 유럽연합에 이어 중국과 인도가 달에 대한 야심찬 유인탐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지구촌엔 남·북극 이외에 더 탐험하거나 개발할 곳도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새삼 우리의 처지가 옹색하게만 보인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겨우 태극기 하나를 꽂고 인공위성조차 자력으로 발사하지 못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느냐 마느냐로 드잡이나 하고 있는 형편이 아닌가. 가능하면 한반도란 좁은 울타리를 떠나 세계 무대로, 우주로 진취적으로 나설 때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11-11-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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