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리 인하기에 안심대출 내놓고… ‘풍선효과’ 예측 못한 정책 실패

[단독] 금리 인하기에 안심대출 내놓고… ‘풍선효과’ 예측 못한 정책 실패

장은석, 장진복, 김주연 기자
입력 2019-10-29 22:24
업데이트 2019-10-3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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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 증가 왜

주담대 금리 기준되는 금융채 0.44%P↑
보금자리론 국고채 금리도 0.3%P 올라
안심대출 ‘20조 MBS 발행’ 원인으로 꼽혀
당국 “MBS 아닌 새 예대율 규제 영향 커”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대출이 더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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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이달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렸음에도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이어 정책자금 대출인 보금자리론의 금리까지 잇따라 오르자 정책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심전환대출에 따른 풍선효과로 신규 주담대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금리 인하기에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은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29일 시중은행들에 따르면 혼합형(5년 고정금리) 주담대 금리의 기준인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7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8월 16일 1.301%까지 내려갔다. 이후 오름세를 타다가 지난 25일 1.741%로 올라 두 달 새 0.44% 포인트 올랐다. 보금자리론 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5년물 금리도 8월 말 1.232%에서 지난 25일 1.538%로 0.3% 포인트 이상 올랐다.

금융시장에서는 금융채와 국고채 금리가 오른 원인으로 안심전환대출을 위한 주택저당채권(MBS) 발행을 꼽는다. 금융위원회는 8월 23일 안심전환대출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자금 조달을 위해 20조원의 MBS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MBS는 은행들이 대출 갈아타기(대환) 규모에 따라 나눠서 산다. 채권시장에서는 20조원의 MBS가 풀리면 시장의 큰손인 은행들의 채권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채권 가격이 내려가면서 금융채와 국고채 금리가 올랐다. 내년에 정부가 총 130조원에 달하는 국채 발행을 계획하는 점도 채권시장에 영향을 줬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MBS 발행 영향은 9월 금리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지만 이미 반영돼 이달부터는 영향이 없다”며 “시중은행들이 새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 때문에 가계대출을 줄이려고 금리를 올린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는 “새 예대율 규제를 맞추려면 예수금을 늘리는 정책을 먼저 편다. 가계대출을 줄이려고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 주는 안심전환대출은 2015년 처음 상품을 내놨을 때처럼 금리 인상기에 진행해야 효과가 있다”며 “지금은 금리 인하기인데, 금융당국의 정책 판단에 실수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금리 인상기에는 변동금리가 계속 오르기 때문에 위험을 줄이려고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게 유리한데 지금은 정책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시장금리가 계속 올라 주담대 금리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린 뒤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옅어져서다.

신규 주담대 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의 계산도 복잡해졌다. 보통 고정금리 대출 이자율이 변동금리보다 높지만 지난해 말부터 역전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채 5년물의 오름세가 이어지고,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삼는 변동금리가 내려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도 고정금리(5년 혼합형)가 더 낮아서 고객의 95% 이상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다”며 “금리 인하기라도 내려갈 수 있는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굳이 변동금리보다는 당장 이자율이 낮은 쪽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19-10-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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