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중개업자 담합’ 더 은밀하고 세졌다

부동산 침체에 ‘중개업자 담합’ 더 은밀하고 세졌다

입력 2013-02-12 00:00
업데이트 2013-02-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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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년간 12건 검찰 고발

세종시 등 주택개발이 한창인 곳엔 공인중개사사무소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업체 간 경쟁은 찾아볼 수 없다. 손님을 끌기 위해 법정수수료율을 깎아주지도, 흔한 경품행사나 생활정보지 광고도 거의 하지 않는다. 일부 중개업자들이 담합했기 때문이다. 친목모임을 만들어 매물정보를 독점하고 업자 간 경쟁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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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중개사무소를 이용하시면 영화관람권 2장을 드립니다.’ 2011년 8월 서울 송파구 오금동 대림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광고문이다. 하지만 이 광고문은 반나절도 안 돼 폐기됐다.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자 친목모임인 오중회가 철거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2008년 3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오중회는 회칙을 정해 54개 회원들이 일요일 영업을 못 하도록 했다. 회원이 아닌 중개업자와는 거래·정보교환은 물론 방문까지 철저하게 통제했다. 또 가입비를 최대 200만원, 연회비는 14만원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지난달 오중회 회장인 이모씨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금지행위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율적인 사업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했고, 이 때문에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벌써 두번째 부동산 중개업자 친목모임에 대한 검찰 고발이다. 공정위가 부동산중개업자 친목모임을 검찰에 고발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전에는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부과에 그쳤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불법 행위가 늘고 정도가 심해지면서 2011~2012년 12건의 검찰 고발이 이뤄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8~2012년 4년 새 전국 주택매매는 89만 3800건에서 73만 5400건으로 17.7% 줄었다. 특히 서울 지역은 43.3%(14만 7000건→8만 3300건)나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공인중개사 자격 보유자는 20.4%(27만명→32만 6000명) 늘었다. 매물은 줄어드는데 사업자는 많아진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요즘은 부동산 거래정보 교환이 안 되면 타 업소와 경쟁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중개업자 모임의 힘이 세지고, 이에 대한 신규 중개업자들의 신고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10~2012년 수도권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사업자단체금지행위로 공정위에 신고된 건수만 약 200건에 이른다. 이 전에는 신고 자체가 미미했다. 중개업자들은 벌금까지 정해 부동산 거래수수료 하한가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1~7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활동한 상일중우회는 ‘중개수수료율을 법정 요율 이하로 낮추지 말 것’을 회칙으로 정했다. 이를 어기면 법정중개수수료 2배 벌금 혹은 300만원 벌금 중 액수가 높은 쪽을 적용하도록 했다. 소비자들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흥정 한번 못하고 냈다. 결국, 상일중우회의 유모 회장도 지난달 검찰에 고발됐다.

시·도마다 조례로 각각 상황에 맞게 정하도록 한 중개수수료 법정한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17개 시·도가 모두 6억원 이상은 거래금액의 0.9%, 2억 이상~6억 미만 0.4%, 5000만 이상~2억원 미만 0.5%, 5000만원 미만은 0.6% 등으로 똑같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수수료 법정한도를 정할 때 공인중개사협회 등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신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각 중개업자가 자율적으로 법정한도 밑으로 요율을 적용할 수 있는데, 무조건 상한으로 받는 것을 중개업자 간에 미리 약속하면 제재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3-02-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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