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의도치 않은 ‘짠내여행’에 울상…美주식 직구족은 ‘흐믓’

의도치 않은 ‘짠내여행’에 울상…美주식 직구족은 ‘흐믓’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5-12 10:49
업데이트 2019-05-12 10:4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고환율에 엇갈린 표정…“자녀 유학비 1년치면 400만원 추가 부담”

이미지 확대
코스피 오르고 원달러환율 내리고
코스피 오르고 원달러환율 내리고 10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6.03포인트(0.29%) 오른 2108.04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단행하면서 이날 코스피는 한때 장중 2,100선을 내주기도 했다.
한편 코스닥은 전일대비 1.6포인트 내린 722.62에, 원달러환율은 2.8원 내린 1,177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19.5.10
뉴스1
최근 갑자기 치솟은 환율로 울고 웃는 이들이 있다.

해외여행객이나 유학생 혹은 그 부모들은 비용 부담이 커져 울상이지만, 일찍이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주목해 관련 상품에 주목해왔던 투자자들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다.

◇ 부담 커진 해외여행, “아껴 쓰는 수밖에”…유학생은 송금 걱정

미국 여행을 일주일 앞둔 김모(36) 씨는 요즘 원/달러 환율 그래프를 보고 있자면 덩달아 눈썹 끝이 올라간다.

일찌감치 계획했던 휴가지만, 현지에서 쓸 돈은 미처 환전하지 못했던 김씨. 맘껏 먹고 즐기고 평소 하지 못했던 쇼핑을 즐기리라 별러 왔지만, 슬그머니 기대를 접는 중이다.

석 달 전 1,120원 아래였던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바라보는 상황을 보니, 예산 초과 걱정에 결국은 ‘조금 덜 먹고 덜 쓰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김씨처럼 당장 해외여행을 앞둔 여행객들은 환율 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비교적 소액이긴 하지만, 평소 쓰는 돈에 추가로 나가는 비용이다 보니 더욱 예민하다.

12일 온라인 여행카페에는 “제가 가려니 환율이 또 오르네요”, “지금이라도 환전해야 할까요”와 같은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달 말 일본여행을 앞둔 김모(30) 씨는 애초 료칸에서 묵으려던 계획을 바꿔 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예약했다. 김씨는 “엔고 때문에 부담스럽다”며 “쇼핑은 최소한도로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주 일정으로 캐나다 여행을 가는 이모(62) 씨는 애초 한화 200만원가량을 환전하려던 계획을 바꿔 절반만 바꾸고, 꼭 필요한 경우에는 신용카드를 쓰기로 했다.

통상 ‘럭셔리’한 일정을 꿈꾸는 신혼부부에게도 큰 부담이다.

오는 18일 결혼을 앞둔 윤모(30) 씨는 몰디브의 한 리조트에 숙박비·식비 등이 모두 포함된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로 5천800달러를 결제했다. 결제 시점보다 환율이 80원 올랐다고 치면 46만원가량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치솟는 환율에 더 쓰라린 사람들은 해외에서 목돈을 쓰는 유학생이나 그 부모들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보통 등록금은 일년에 1∼2번으로 나눠 송금하고, 매달 생활비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환율 상승으로 인해 최근 송금 타이밍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대학 유학생 자녀를 둔 김모 씨는 “등록금과 숙소, 생활비 등으로 1년에 5만∼6만달러 들어가는데, 환율이 80원 올랐다면 400만원가량이 더 들어간다는 얘기”라며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요즘 식은땀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미 매사추세츠주에서 유학하는 우모(36) 씨는 “당장은 가진 돈으로 최대한 버티고, 환전이나 송금은 미루는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예산은 환율을 기존 1,100원대에서 1,200원대로 계산해 올려잡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 달러 주워 담았던 투자자는 여유…환차익 기대

오르는 환율이 반가운 이들도 있다.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했거나, 일찍부터 달러로 자산을 보유해왔던 사람들은 급등한 환율 덕분에 실질적인 자산이 늘었다.

미국 주식 혹은 달러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환테크’를 통해 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 IT 기술주에 투자했다는 김모(32) 씨는 “워낙 고점에 들어간 탓에 이번달 기준 수익률이 5% 가까이 마이너스였다”며 “환율이 올라서 원화 기준으로는 거의 손실을 보지 않았고, 투자자로서는 환율이라도 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국내에서 미국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투자자는 최근 크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월에만 20억7천만달러(약 2조4천억원)에 이른다.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9.9%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함께 국내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에 달러에 투자했던 이들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환율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2월 은행을 찾았다가 직원의 권유로 달러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했다는 김모(34) 씨는 “가입 초기에는 환율이 오르는 것 같지도 않고 수수료 손실까지 생각하면 괜한 짓을 했다 싶어 후회했는데, 지금은 마음 놓고 지낸다”고 전했다.

반면 FX트레이딩을 통해 유동자산의 절반 가까이 달러로 갖고 있었다는 이모(38) 씨는 “최근 원화가 필요해 상당 부분을 처분했다”며 “국가 경제에 좋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달러를 팔고 나서 오르니 속이 더 쓰린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