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시간 노동에 워라밸 나빠… 주관적 웰빙 OECD 최저”

“한국, 장시간 노동에 워라밸 나빠… 주관적 웰빙 OECD 최저”

장은석 기자
입력 2018-11-27 22:14
업데이트 2018-11-2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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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들 ‘인천 세계포럼’ 보고서

교육 높은 여성 노동참여 못해 집에 고립
신기술 탓 청년 불안정·집중력 저하 문제
21세기 새 문제 미래 어젠다에 포함 필요


GDP 너무 의존…성장정책 방향 잘못돼
누가·어느 분야가 성장 필요한지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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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스티글리츠(가운데)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2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서 마틴 듀란(왼쪽) OECD 통계데이터 국장, 장 폴 피투시 파리정치대학 교수와 함께 ‘경제 성과와 사회 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 전문가 그룹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세계포럼준비기획단 제공
조지프 스티글리츠(가운데)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2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서 마틴 듀란(왼쪽) OECD 통계데이터 국장, 장 폴 피투시 파리정치대학 교수와 함께 ‘경제 성과와 사회 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 전문가 그룹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세계포럼준비기획단 제공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고 너무 긴 근무시간 때문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상당히 나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주관적 웰빙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근무제 등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그동안 경제·사회 건강의 주요 측정 지표로 썼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넘어 불평등, 삶에 대한 만족도, 건강, 환경 등 웰빙 지표를 측정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근무시간 길어 출산 희망 여성 노동참여 낮아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 경제학과 교수와 장 폴 피투시 파리정치대학 교수, 마틴 듀란 OECD 통계데이터 국장은 2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차 OECD 세계포럼에서 이런 내용의 ‘경제 성과와 사회 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 전문가 그룹 보고서’를 발표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에 대해 “미국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불평등 문제가 있다”면서 “많은 여성들이 교육 수준은 높은데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해 집에 머문다. 그러면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스티클리츠 교수는 “소셜미디어 등 신기술이 한국 젊은이들에게 불안정과 스트레스,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를 주는데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21세기의 새로운 문제여서 한국에도 중요하고 미래 어젠다에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근로시간 단축 정책 OECD는 적극 지지

듀란 국장은 한국이 주관적 웰빙 지표에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듀란 국장은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근무시간이 가장 길다”면서 “여성들도 긴 근무시간 때문에 출산을 원하면 노동시장에 더이상 참여할 수 없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한국의 아버지는 긴 시간 일하고, 어머니는 외로움을 느끼고, 아이들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 학원에서 긴 시간을 보낸다”면서 “워라밸이 상당히 안 좋은데 이 문제가 주관적 웰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듀란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 제정, 근로시간 단축 등을 이미 하고 있다”면서 “OECD는 이 정책을 적극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GDP를 넘어: 경제·사회적 성과에 중요한 사항 측정’과 ‘더 나은 측정을 위해: GDP를 넘어 계량적 웰빙 측정의 연구 촉진’ 등 2개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동안 세계 각국이 GDP에 과도하게 의존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고, 이에 따른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잘못된 방향으로 경제성장 정책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안정성, 환경의 질적 저하, 신뢰, 건강, 직업, 소득, 교육 등 국가 건강과 국민 삶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사회·경제·환경 전 측면에 걸친 웰빙 측정 지표를 제시하면서 세계 각국에 사용을 권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 같은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사람, 사회 나아가 지구를 위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피투시 교수는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는 최소한의 희망조차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면서 “이제 GDP를 넘어 어느 분야가 성장을 필요로 하는지, 누가 성장을 필요로 하는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8-11-2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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