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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운동 가면 호황, 서점·병원 늘면 불황

학원·운동 가면 호황, 서점·병원 늘면 불황

최선을 기자
입력 2017-12-21 23:20
업데이트 2017-12-2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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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경기선행지표 개발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최장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에 들어가기 전 뉴욕 시내의 쓰레기 배출량을 살핀 것으로 유명하다. 거리의 쓰레기양이 늘어나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추론에서였다.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개인소비지출 통계는 1개월 정도 늦게 발표되기 때문에 적시에 소비경기 동향을 파악하려고 현실에서 확인 가능한 경제지표를 찾은 것이다. 이 밖에 해외에서는 그랜드피아노 판매량, 사탕 소비량, 놀이공원 예약률, 전력 사용량 등 생활 속 다양한 정보가 경기 예측에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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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경기 예측을 위해 카드소비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선행지표가 개발됐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를 통해 연령, 소득수준, 가맹점 특성 등으로 경기선행지표를 발굴하고 이를 조합한 ‘신한 딥 인덱스’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카드사가 소비 빅데이터로 생활 속 경기 변동지수를 만든 것은 국내 최초다.

신한카드는 연령, 성별, 소득수준, 부채규모 등 소비자의 속성과 업종, 매출규모 등 가맹점의 특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조합한 결과 경기에 3개월 선행해 변동하는 유의미한 지표를 발굴해 냈다. 소득수준에 따라 자동차나 여행 소비를 줄이면 곧 경기가 나빠지고 자녀 교육비, 육류 소비를 늘리면 곧 경기가 회복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방식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청소년들이 공연장, 놀이공원을 자주 찾거나 20대가 학원을 다니면 호황이 다가온다. 경기가 좋아지면 30대는 여행을 자주 가고 실외 골프장을 즐겨 찾는다. 40대는 헬스클럽 회원권을 구입하거나 운동기구를 사는 등 운동 관련 소비를 늘린다. 50대는 백화점에서 값비싼 옷을, 60대는 손주들을 위한 인형·자전거 등을 구매한다.

반면 불황이 다가오면 청소년들은 보건소와 종교단체를 자주 찾는다. 20대는 책을 사서 집에서 공부하고 편의점 김밥 등으로 식사를 한다. 30대는 대중교통 비용이 늘어난다. 40대가 약국을 자주 찾는 것도 불황의 신호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50대는 동네 소규모 식당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빈번해진다. 60대는 한의원과 병원에서의 소비가 늘어난다. 불황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번에 개발된 경기선행지표는 2008년 이후 현재까지 매월 2억건씩 쌓인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만들어졌다. 신한카드는 ‘신한 딥 인덱스’에 실물 소비가 바로 반영되다 보니 설명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지표에 따르면 경기에 가장 민감한 소비는 호텔 매출(건당 결제금액 20만원 이상), 커피전문점 매출, 일식 가맹점 수, 신규 개업 가맹점 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에서 즐기는 여가생활에 20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커피전문점을 자주 찾는 소비가 관찰되면 3개월 후 경기 호황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불황이 다가올 때면 일식 가맹점과 신규 개업자들이 줄어든다.

이번 연구는 신한카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정보화진흥원, 홍익대 산학협력단이 함께했다. 이종석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장은 “이 외에도 1인 가구, 고령인구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책 수립 지원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민관이 공동으로 유용한 경제지표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7-12-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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