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5년 성적표…김종훈 “윈윈” vs 이해영 “불황형 흑자”

한미FTA 5년 성적표…김종훈 “윈윈” vs 이해영 “불황형 흑자”

입력 2017-03-15 16:25
업데이트 2017-03-1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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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로 발효 5주년을 맞았다.

한미 FTA 5년의 성적표를 두고 양국의 교역을 모두 늘린 ‘윈윈(win-win) 협정’이었다는 호평과 함께, 수입 감소로 부풀려진 ‘불황형 흑자’에 불과했다는 혹평이 엇갈리고 있다.

2006∼2011년 한미FTA 협상을 이끌었던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연구단장으로 반대편에 섰던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로부터 지난 5년의 평가를 들어봤다.

김 전 본부장은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윈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5년간 세계 경제 전체가 별로 안 좋았고 우리나라 수출도 부진했다”면서 “그런데 한미 간 교역이 늘어났다는 것은 한미 FTA가 기여한 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발효 이후 5년간 세계교역은 연평균 2.0% 감소했지만, 한미 교역은 오히려 1.7% 증가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김 전 본부장은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0.6%포인트 늘었다”면서 “미미한 수치 같지만 미국 시장이 워낙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적인 숫자는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FTA 당시 가장 논란이 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광우병 관련 괴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수입이 빠르게 늘면서 미국산 쇠고기는 이제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 1위를 넘보고 있다.

김 전 본부장은 “한미FTA 이전에는 쇠고기 시장에서 국내산과 수입산이 반반 가량이었는데 요새는 수입산이 조금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우리 축산 농가를 피폐하게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제기되는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과거 성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협정이 미국에도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한국 외에도 19개국과 FTA를 체결했는데 양국 모두 뚜렷하게 성과를 낸 것은 한미FTA가 유일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4차 산업혁명, 모바일 경제 등 시대가 바뀌었으니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미 FTA를 논의해보는 것은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협상이 꼭 우리에게 불리한 점만 있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인 셈이다.

같은 통계를 두고도 이해영 교수의 평가는 전혀 달랐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미 FTA를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고 규정했다.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늘어난 속내를 들여다보면 수출이 늘긴 했지만, 여기에 수입 감소가 더해지면서 흑자 폭이 더욱 도드라지는 통계적 착시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기업 내 무역도 이런 착시효과를 부추겼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대미 수출을 주도한 자동차의 경우 기업 내 무역이 특히 많았다”면서 “이를테면 현대자동차가 현지 지사에 제품을 보내는 것도 수출로 잡힌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출 주력품목인 통신·반도체는 한미FTA 양허 제외 품목이고, 미국산 무기 도입은 수입에 넣지 않았다”면서 “무역협회는 부가가치 기준으로 따진 대미 무역흑자를 72억 달러로 계산했는데 여기에 무기 도입비용 80억 달러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FTA를 안 한 것보다는 낫다는 일각에 평가에 대해서는 “그렇다면 체결 전부터 이런 점을 설명했어야 했다”며 “당시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5.7%, 일자리 34만개 창출을 이야기했지만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한미FTA 재협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경우 우리가 수세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혹시 성사되지 않는다고 해도 재협상을 하자고 나올 것”이라면서 “일단 재협상 카드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얻을 것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이미 재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에 대한 견적을 냈을 것”이라며 “우리는 윈윈만을 강조하는데 이런 논리로는 오히려 미국에 덜미가 잡힐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오히려 맞불을 놓아야 한다. 특히 쇠고기나 지식재산권 등과 관련해선 아직도 우리에게 불평등한 조항이 많으니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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