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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ㆍ제빵, 계란 확보 ‘비상’…“항공수입 현실성 낮다”

유통ㆍ제빵, 계란 확보 ‘비상’…“항공수입 현실성 낮다”

입력 2016-12-21 13:36
업데이트 2016-12-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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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업체 직원들 ‘계란 모으기’ 해프닝까지

AI(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계란이 ‘품귀’ 현상을 빚자 가장 수요가 많은 대형 할인마트나 제빵업체들은 필요한 계란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대책의 하나로 발표한 ‘항공기 수입’ 방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가격, 수량 등의 측면에서 “현실성이 없다”며 고개를 젓는 분위기다.

◇ “내일 몇 개 보내줄 수 있나” 계란 확보 전쟁

지난 20일부터 30알들이 계란에 대해 ‘1인 1판’ 구매 수량 제한을 두고 있는 롯데마트의 경우 현재 하루에 들어오는 계란 총량이 ‘AI 사태’ 이전과 비교해 60%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특히 30알들이 상품의 경우 공급률이 평소의 50%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30알들이 계란의 경우 어렵게 매장에 들여놓기가 무섭게 동이 나고, 나머지 10·20알들이 상품의 경우 조기 매진 사태까지는 아니지만, 공급이 수요를 빠듯하게 맞추는 수준이다.

롯데마트 담당 MD(상품기획자)들은 요즈음 계란 물량 확보를 위해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MD들이 거의 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살고 있다”며 “새로운 농장 등 공급처를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고, 기존 거래처들조차 이동 제한 등 때문에 접촉 자체가 매우 힘들어서 전화로 ‘당장 내일 얼마나 보내 줄 수 있는지’를 체크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빵업계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SPC 관계자는 “현재 약 30개에 이르는 농장 등으로부터 계란 공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당장 연말까지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공급 장기화에 대비해 각지 농장, 도매상 등과 접촉하며 가능한 모든 공급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뛰고 있다”고 밝혔다.

뚜레쥬르 관계자도 “계란구매 담당 부서의 경우 거의 24시간 내내 새로운 계란 수급처를 찾기 위해 수소문하고 있다”며 “크리스마스 케이크 선주문 등을 고려해 미리 어느 정도 계란 물량을 확보해놓긴 했지만 계란 부족 상황이 내년 초까지 계속되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계란 대란’을 겪는 회사의 어려움을 고려해 ‘십시일반’격으로 직원들이 각자 계란을 사서 모으는 ‘해프닝’까지 벌어질 정도다.

대형 식품업체 제빵 계열사 구매 담당 부서에서는 지난 주말 한 직원이 “계란 확보가 어렵다는데, 우리가 계란을 조금씩 사서 모아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실제로 해당 부서 직원들은 마트 등 소매점에서 구입한 계란 약 100판을 지난 19일(월요일) 회사로 가져왔다.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당장 “대기업이 직원을 동원해 계란을 사재기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일부 직원이 나름 애사심에서 계란 구매에 직접 나선 돌출행동”이라며 “하지만 회사의 계란 구매 가격(도매가)의 두 배에 이르는 소매 가격으로 계란을 사서 모으는 것은 오히려 회사에 손해가 되는 일이라 곧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직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들의 경우 계란값 변동에 따른 크리스마스 케이크 등 제품 가격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SPC 관계자는 “이달 초 빵값을 소폭 인상했는데, 계란값이 올랐다고 가격을 다시 올릴 수 없다”며 “계란값 인상분은 업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뚜레쥬르 관계자도 “계란 한 가지 요인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계란값이 오르기 전 크리스마스 케이크 등 제품을 앞당겨 생산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도 “크리스마스케익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주일 전에 케이크의 바탕이 되는 빵(시트)을 만들고 판매 하루 전 정도에 생크림을 올려야하는만큼 먼저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라고 가능성을 부인했다.

◇ “계란 항공기 수입, 배보다 배꼽” vs “관세·운송비 지원 검토”

유통·제빵 업계는 이처럼 계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가 지난 19일 AI 대책의 하나로 발표한 ‘항공기를 통한 계란 수입 추진’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계란 가격과 물량, 공급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몇 일만에 수 억개의 계란이 필요할 수 있는데, 비싼 항공 운송료도 문제지만 그 많은 양의 계란을 과연 비행기로 얼마나 자주,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대형 베이커리 업체도 “계란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면 비상 수단으로서 (항공 수입을) 검토해볼 수는 있겠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국내 산란계 성장을 통한 공급 회복을 기다리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동진 대한양계협회 국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 하루 평균 계란 소비량이 4천만 개 정도인데, 비행기로 한 번에 들여올 수 있는 양은 아무리 많아도 250만 개 정도에 불과한 만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농식품부는 충분히 실행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계란 수입과 관련해 기재부와 ‘일시적 관세 인하’ 혜택 등을 논의 중이고, 항공운송비 지원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 캐나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등 5개 AI 청정국에서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계란 수입을 문의하는 민간 업체들의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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