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클럽 원용 ‘고육책’…‘갤S8’ 무상교환 기대한 소비자들 허탈
삼성전자가 24일 내놓은 갤럭시노트7 추가 보상 프로그램은 애플의 아이폰7에 맞서 시장 지배력을 지키고 소비자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삼성전자의 보상 프로그램은 갤럭시노트7을 갤럭시S7이나 갤럭시S7엣지로 교환한 소비자들이 내년에 갤럭시S8이나 갤럭시노트8으로 교체하면 잔여 할부금을 50% 면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갤럭시S7이나 S7엣지 고객들은 내년 신제품으로 교환할 때 사용하던 제품을 할부금 50%만 부담한 뒤 반납하면 신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스마트폰의 할부금을 50% 면제받는 대신 신제품은 새로 구입해야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갤럭시노트7을 갤럭시S7 시리즈나 갤럭시노트5로 교환하면 10만원 상당의 쿠폰과 통신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소비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제공해야 할 금액은 약 40만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현재 출고가가 80만원 이상인 갤럭시S7의 내년 중고가가 적어도 30만원대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금액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영업이익률이 16%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큰 부담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추가 보상안을 마련한 것은 그동안 갤럭시노트7을 수차례 교환해야 했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했고, 지난 11일 제품 단종 후 현재까지 교환·환불 비율이 15%로 지지부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리콜·단종 사태를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를 갖고 소비자 요구 충족과 회사 경영관리의 관점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한번에 만족스러운 보상방안을 내놓지 못한 것은 신뢰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이만하면 기업으로서 상당히 애썼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추가 보상 프로그램에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20일 삼성전자가 추가 보상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소비자들은 갤럭시노트7을 갤럭시S7 등으로 바꾸면 내년에 추가비용 부담없이 갤럭시S8으로 맞교환 해주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퍼졌다.
갤럭시노트7 구매자 상당수가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마니아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갤럭시노트8로 바꿔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따라서 이날 삼성전자의 추가 보상안은 고심의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갤럭시S7이 출시된지 6개월 이상 지난 모델이고, 프리미엄폰을 굳이 1년에 한 대씩 바꿀 이유는 없다고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다.
더구나 추가 보상안이 기존 갤럭시클럽에서 매달 회비 7천700원을 면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실질적인 추가 보상액 자체가 10만원에도 못 미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획기적인 새 보상안을 기다리던 갤럭시노트7 고객들의 상당수는 애플 아이폰7이나 LG전자 V20 등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추가 보상으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지는 않으리라고 분석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어차피 내년 갤럭시S8이나 갤럭시노트8을 출시할 때는 종전보다 많은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할 것”이라며 “보상도 마케팅 비용의 연장선에 있는 비용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잔여 할부금 50% 면제는 갤럭시S7이나 갤럭시S7엣지를 원가 수준에서 제공하겠다는 뜻”이라며 “큰 손해는 안 보면서 고객을 유지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송 연구원은 “멀리 봤을 때 1분기까지는 갤노트7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갤럭시S8이 흥행에 성공하면 실적도 정상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보상 프로그램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 여부는 앞으로 소비자 불만 수위를 확인해봐야 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7이나 V20가 반사이익을 얻더라도 그렇게 클지는 모르겠다”며 “우선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파악이 빨리 이뤄지고, 이슈가 종료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