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증권가 M&A 대첩’ 금융당국 의중·CEO 전략에 달렸다

‘증권가 M&A 대첩’ 금융당국 의중·CEO 전략에 달렸다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15-09-30 22:58
업데이트 2015-10-01 00:3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업계 2위 KDB대우證 누구품에

요즘 증권업계의 화두는 KDB대우증권이 누구 품에 안기느냐다. 자기자본 4조 3000억원으로 업계 2위인 대우증권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인수전에 참여할 두 수장의 인연까지 더해져 관전 포인트가 더 흥미로워졌다.

이미지 확대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인수전은 KB금융그룹과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치열한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두 그룹 모두에게 대우증권 인수는 한 단계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일 1조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유상증자는 2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대우증권 인수자금을 마련할 포석으로 해석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우증권 인수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KB금융이었다. KB금융은 그룹 수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71%나 돼 인수합병(M&A)이 절실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채권 업무를 잘하는 KB투자증권과 소매 업무에 강한 대우증권이 합치면 사업적으로 보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KB국민은행에 복합금융점포를 열고 증권, 자산운용, 생명보험, 손해보험, 카드, 캐피탈 등 전 금융권 상품을 취급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그룹 1위 탈환도 예정된 순서다.

미래에셋은 자산운용의 강자다. 덩치는 대우증권이 크지만 연금자산 규모는 미래에셋증권(5조 2000억원)이 대우증권(1조 2000억원)을 압도한다. 반면 주식위탁판매(브로커리지)와 투자은행(IB) 분야에선 대우증권이 우위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연금 부문과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는 미래에셋과 리서치와 브로커리지 등이 강한 대우증권이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그룹 시절 개척해 둔 해외 네트워크도 매우 탄탄하다.

KB금융은 지난 21일 대우증권 인수자문단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각 증권사와 회계 및 법률사무소에 보냈다. LIG손보 인수로 계열사가 된 LIG투자증권 매각도 서두르고 있다. 미래에셋은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인수에 대비하고 있다. 대우증권 매각 공고는 이달 초 나올 예정이다.

금융 당국 의중과 최고경영자(CEO) 전략도 관전 포인트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자기자본 8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증권사가 된다. 자기자본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해외 투자은행(IB)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금융 당국으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구도다. 현재 국내 5대 증권사(NH투자, 대우, 한국투자, 삼성, 현대)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지만 활동은 미미한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증권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몸집만 커진 결과라면 상당한 위험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의 공격적 경영 방식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를 써낼 것인가는 CEO의 최종 판단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꼼꼼하면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그룹 내부에서 일부 반발이 있던 LIG손해보험 인수를 매끄럽게 마무리한 것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카리스마 있는 승부사다. 국내 최초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 펀드로 시작해 지금의 그룹을 일궜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인터넷은행을 포기하면서 내세운 명분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였다. 철저한 시장주의자이지만 정치적 감각도 뛰어나다.

두 사람 모두 고(故) 김정태 국민은행장과는 깊은 인연이 있다. 박 회장을 동원증권에 받아준 당시 동원증권 전무가 고인이다. 미래에셋이 적립식 펀드를 내놨을 때 공격적으로 팔아준 곳도 국민은행이다. 윤 회장은 고인의 삼고초려로 국민은행과 인연을 맺었다. 누가 ‘청출어람’인가를 지켜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5-10-01 17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