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기재부도 인사처도 벌벌 떠는 ‘시어머니’

[경제 블로그] 기재부도 인사처도 벌벌 떠는 ‘시어머니’

장은석 기자
입력 2015-05-20 00:18
수정 2015-05-20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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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예산)와 인사혁신처(인사) 등은 영향력이 막강해 흔히 공무원들 사이에서 ‘갑’(甲)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돈줄과 인사권조차도 이 앞에만 서면 ‘을’(乙)이 된다는 농반진반 얘기가 있습니다. 검찰도 감사원도 아닙니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얘기입니다.

각 부처 대변인실은 문체부 국민소통실이 “시어머니나 다름없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국민소통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뉴스를 분석하는 일입니다. 매일 저녁 가판 신문이 나오고 방송사 뉴스가 시작되면 대변인실 전화에는 불이 납니다. 정부에 불리한 기사가 나오자마자 국민소통실에서 득달같이 해당 부처로 전화해 기사 수정 등 적극 대응을 주문한다고 합니다. 평소 존재감이 없는 부처에는 보도자료를 늘려서 홍보 실적을 올리라고 압박도 합니다. 한 세종청사 부처의 대변인실 관계자는 “국민소통실이 다른 부처의 홍보 능력을 너무 무시한다”면서 “최근에는 정책 기획 단계부터 간섭하는데 부처별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각 부처는 국민소통실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책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부처 업무 평가 때 홍보 점수가 커졌기 때문이지요. 지난해까지 총 100점 만점에 홍보 점수가 ±5점 추가되는 방식이었는데 올해는 아예 20점이 배점됐습니다. 다른 일을 아무리 잘해도 국민소통실 눈 밖에 나면 ‘꽝’이죠.

관가 일각의 불만에 대해 유동훈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은 “각 부처에서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과 정부 차원의 큰 그림은 다르다”면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부처 의견을 조율할 홍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면 효과를 보기 힘듭니다. 국민소통실과 각 부처 대변인실이 먼저 원활하게 소통해야 국민과의 소통도 수월해질 텐데 정부 안의 ‘고부 갈등’이 쉽게 풀릴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5-05-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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