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공사, 다저스 투자 수익 나도 10년간 회수 못해

투자공사, 다저스 투자 수익 나도 10년간 회수 못해

입력 2015-04-06 09:23
업데이트 2015-04-06 09:2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0년간 상환 불가능 조건’ 때문’눈먼 투자’ 지적

약 4천억원(4억 달러)을 들여 미국 프로야구단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계약조건상 보장수익을 10년 동안은 한푼도 회수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릴린치에 투자해 이미 7억2천만 달러를 날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투자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규정상 감독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다.

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저스 현 구단주인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KIC의 제안으로 지분 매각 협상을 시작하면서 향후 4∼5년간 추가 적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는 다저스는 선수 총 연봉이 미국 프로야구(MLB) 구단 중 1위인 2억4천만 달러나 된다.

스타디움 개보수 비용을 합쳐 지난해에만 1천22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구겐하임 측은 협상 과정에서 비용절감 등의 자구책을 시행하면 조기에 흑자전환할 수 있다고 KIC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KIC는 적자시에도 매년 최소 3%의 수익 배당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긴 했다.

그러나 이 보장수익에는 원금과 마찬가지로 향후 10년간은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부펀드가 대체투자를 할 때는 통상 연 10∼15% 수준의 기대수익률이 나와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KIC의 다저스 투자가 성사될 경우 저조한 수익률로 천문학적 투자금의 발이 묶이는 셈이 된다.

특히 이 계약은 다저스 구단 자체가 아닌 구겐하임 측과 맺는 것이기 때문에 구겐하임이 파산하는 등 돌발상황이 생긴다면 보장수익은커녕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까지 있다.

KIC 경영진은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도 투자 강행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외환보유액 등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국부펀드인 KIC를 감독할 수 있지만 규정상 이번 다저스 투자 건에는 관여할 수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이 입수한 ‘한국투자공사 투자정책서’에 따르면 투자금액이 미화 5억 달러를 넘지 않거나 매입하는 지분이 20%를 넘지 않는 대체투자의 경우 KIC가 자율적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토록 돼 있다.

KIC가 인수하려는 다저스 지분은 총 19%로, 약 4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IC는 최근 마무리한 LA 현지 실사결과를 토대로 실무검토를 거친 뒤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리스크가 많고 수익 전망이 불확실해 보인다”며 “수익률도 정기적금 수준밖에 안되는 눈먼 투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KIC가 무리한 투자를 밀어붙이면서 당국의 눈을 피하려 투자 원금과 지분 규모를 기준 이하로 낮췄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의원은 “현행법상 KIC는 정부의 외환보유액이 2개월 연속 10% 넘게 줄어드는 위기상황에는 자산을 즉시 회수해야 한다”며 “매매 자체가 어려운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외환위기 대응 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투자에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다저스라는 이름을 이용해 나랏돈을 인기영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배임범죄나 마찬가지”라며 “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따져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