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지배구조 투명화 기회냐 vs 주주권 침해냐

지배구조 투명화 기회냐 vs 주주권 침해냐

입력 2014-11-28 00:00
업데이트 2014-11-28 03:2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금융사 모범규준 커지는 논란

금융 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대수술을 예고하면서 업계의 반발과 맞물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당국 입장과 “주주권 침해 및 과도한 정보 노출 부작용”이라는 금융회사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금융회사 대주주의 대표이사나 임원 인사권을 제한하고, 사외이사를 매년 평가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모범 규준’을 발표했다. 새달 10일 시행을 앞두고 은행연합회와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관련 협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27일 각 금융협회를 통해 접수된 의견은 “업무 권역 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라는 지적이다. 대주주가 명확지 않은 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은 대주주가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어 승계 지연 우려 등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없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입김이 별로 없는 은행권의 반발은 좀 덜한 편이다.

특히 모범 규준에 따라 임원후보추천위가 금융사 대표이사와 임원 후보를 선발하는 것은 상법상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거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 증권 등 업계 영향력이 가장 큰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는 대기업 사주가 계열사 사장단을 선임해 온 관례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라 이번 조치에 불만이 크다”고 설명했다. 외부 추천으로 사장 후보군이 선정되면 적정성 검증이나 외압 가능성이 더 높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영업 비밀이 드러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평가를 위해 활동 내역을 일일이 공시나 보고서를 통해 알려야 하는데 자연스레 기업 전략이나 영업 방침 등 자사 이익과 연관된 정보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적 잣대가 애매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현재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다수 국회에 제출돼 있다. 금융 당국이 법 제정에 앞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모범 규준을 사실상 강제화·의무화했다는 주장이다.

다양한 경력을 동시에 지닌 사외이사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경계도 모호하다. 인력도 부족한데 업무량이 많아 전담 상설 부서가 필요하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지난 10월 “행정지도 남발을 억제하겠다”던 금융 당국의 방침과도 배치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김상조(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사외이사 임기를 1년으로 정한 것을 빼면 국제적인 흐름을 반영한 기본적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국이 ‘원칙준수·예외설명’의 원칙을 세워 금융사들이 따라올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공적 특성이 있는 금융회사에선 대주주의 권한이 일정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면서 “당국은 기준만 제시하는 것일 뿐 세부적인 내용은 각 사가 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11-28 14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