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SPA 10년 패션시장 판도를 바꾸다

SPA 10년 패션시장 판도를 바꾸다

입력 2014-11-17 00:00
업데이트 2014-11-17 09:1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매출 33배로 급성장…의류소비 패턴 바꿔놓아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겨울 바지를 사러 백화점에 들렀다가 최소 10만원이 넘는 가격표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

결국, 김씨는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매장에서 3만9천원짜리 바지 2벌을 샀다.

그는 “백화점 브랜드 제품 한 벌을 살 돈이면 SPA 매장에선 세 벌을 살 수 있다”며 “SPA 제품은 저렴할 뿐 아니라 백화점 브랜드와 비교해도 품질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겨울옷을 정리하면서 2년 전 산 SPA 브랜드 옷을 여러 벌 버렸다.

저렴한 SPA 의류는 조금 입다 버리고 새로 사도 큰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예전에는 비싼 옷을 사서 아껴 입었는데 요즘은 저렴한 SPA 제품을 입다가 조금 낡으면 버린다”며 “고가 제품이라도 오래 입으면 유행에 뒤처지기 마련인데 SPA 제품은 금방 새로 사기 때문에 스타일을 내기엔 더 좋다”고 말했다.

의류의 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1개 회사가 모두 담당하는 이른바 ‘제조·직매형 패션의류 전문기업 SPA.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 SPA가 최근 국내 패션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국내에 SPA가 등장한 것은 스페인 브랜드 망고가 한국에 진출한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고마진 정책의 백화점 중심 유통환경과 핵심 상권의 높은 부동산 비용 때문에 SPA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아시아 거점 시장으로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국내 패션 시장의 구매력이 재평가 되면서 2005년 유니클로를 시작으로 2008년 스페인의 자라, 2010년 스웨덴의 H&M 등이 국내에 속속 진출하면서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불황의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이 떨어진 환경은 SPA 성장에 힘을 더하면서 10년 만에 패션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SPA로 한국 소비자의 의류 소비형태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마치 패스트 푸드를 먹듯이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빨리 소비·소모하고 다시 재구매에 나서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SPA 의류는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린다.

수년간의 장기 침체에도 SPA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계속하자 의류업계에서는 “SPA 말고 되는 게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덕분에 SPA 브랜드의 매출은 꺾일줄 모르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유니클로와 자라, H&M 등 주요 글로벌 SPA 브랜드의 국내 매출 합계는 1조2천453억원으로, 전년대비 125%나 성장했다. SPA 산업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던 2008년의 1천69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2배 가까이 급성장한 것이다.

국내 SPA 시장의 선두주자로 올해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은 유니클로의 성장세는 단연 돋보인다.

매출 규모는 2005회계연도 300억원에서 10년만에 6천940억원으로 무려 33배 규모로 커졌고, 매장 수도 4개에서 134개로, 유통망은 10곳에서 130곳으로 급증했다.

반면, SPA와 경쟁관계에 있던 중·저가 이지 캐주얼과 고가 트래디셔널 캐주얼은 2009년 이후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A백화점에 따르면 지오다노, 폴햄 등 이지 캐주얼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09년 15.8%, 2010년 20.1%로 정점을 찍은 다음 2011년 10.3%, 2012년 6.3%, 2013년 2.1%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빈폴, 폴로 등으로 대표되는 트래디셔널 캐주얼의 신장률은 2009년 20.7%에서 2010년 11.9%, 2011년 10.8% 2012년 8,8%, 2013년 0.9%로 5년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패스트 패션’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SPA가 국내 의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간 것이다.

한때 젊은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던 패션 브랜드들도 ‘SPA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출되는 경우도 속출했다.

시장 상황이 이처럼 SPA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국내 패션시장을 선도해온 대기업들도 속속 SPA 브랜드를 간판으로 내걸고 키우기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제일모직은 지난 2012년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론칭해, ‘한국판 유니클로’로 키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패션유통 그룹인 이랜드는 지난 2009년 캐주얼 SPA 브랜드 ‘스파오’를 시작으로 여성 캐주얼 ‘미쏘’, 속옷 SPA 브랜드 ‘미쏘시크릿’을 론칭했고,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 여성 정장 브랜드 ‘로엠’, 아동복 브랜드 ‘유솔’ 등도 SPA로 전환했다.

또 신발 분야의 ‘슈펜’, 아웃도어 분야의 ‘루켄’, 캐릭터 생활용품 ‘버터’, 남성복 ‘NC 포맨’ 등의 SPA 브랜드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