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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소프트파워 날개 달았다

‘한류’ 소프트파워 날개 달았다

입력 2014-11-13 00:00
업데이트 2014-11-13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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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면 개방… YG·SM 등 주가 껑충

지난 10일 오후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의 한복판인 정다(正大)광장의 복합상영관. 개봉 중인 영화 5편은 ‘루시’를 제외하면 모두 중국 영화였다. 이 가운데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가 가난한 천재 화가 역할로 출연하는 영화 ‘루수룽옌’(水紅顔·덧없는 청춘)이 눈에 띄었다. 전형적인 멜로영화다. 중국에서도 ‘광군제’(光棍節)라고 부르는 ‘막대과자의 날’을 앞두고 개봉했다. 주로 20대 전후의 젊은 여성들이 주 관객층을 이뤘다. 영화를 보고 나온 리쉐쉐(李雪雪·21)는 “평소 좋아하던 정지훈이 나오는 영화라 벼르다가 지난주 중간고사를 마치고 바로 왔다”면서 “영화도 재미있었지만 오랜만에 정지훈을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정지훈으로서는 군 전역 등 이후 오랜만의 활동 재개다. 3년 만에 돌아온 그의 선택은 중국 영화였다.


●합작형태로 문화공연장 설립 가능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첫날 상하이 극장가의 풍경은 함의하는 바가 컸다. 지금까지의 중국 문화산업이 대외 개방에 소극적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파워로서 중국 내 한류의 존재감 및 미래 시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당장 한·중 FTA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부문은 문화서비스사업일 가능성이 높다. 중외합자 또는 중외합작 기업 형태로 문화공연장 경영이 가능할 뿐 아니라 티켓 판매, 무대 장비 등의 공연중개업도 할 수 있게 된다. 합자기업은 49%로 투자 비율이 제한되고 경영권은 중국 측이 갖게 된다. 반면 합작기업은 투자 금액과 별개로 상호 계약에 의해 권리와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게 된다. 자본 투자 대신 문화 콘텐츠 또는 전문 인력을 가지고 중국 측과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한국의 아이돌 가수가 중국 공연을 하려면 중국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서만 계약, 공연장 섭외, 티켓 판매 등의 전 과정이 진행됐다. 가끔씩 계약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나왔던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기업이 직접 투자한 회사 또는 한국 직원들이 직접 모든 관련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업무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中에 ‘김연아 스케이트장’ 생길 수도

이를 반영하듯 지난 11일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즉각 7.47% 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연예기획사들의 주가도 껑충 뛰었다. 가장 뜨거운 한류 스타인 김수현의 소속사인 키이스트의 주가도 3.77% 올랐다. 이뿐 아니다. 영상콘텐츠 제작사인 초록뱀의 주가는 14.75%로 가격 제한 폭 천장을 쳤다. SM C&C가 8.32%, CJ E&M과 CJ CGV도 각각 7.27%, 2.27% 올랐다.

또한 중국 현지 스포츠 이벤트업도 할 수 있게 된다. 일반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을 대행하는 업무나 스포츠 시장조사,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 발굴 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스케이트장, 스키장, 수영장, 볼링장 등의 체육시설 운영에는 100% 한국 기업의 진출이 가능해진다. 베이징에 ‘박태환 수영장’ 또는 ‘김연아 스케이트장’ 등이 세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골프장은 중국 정부의 골프장 건설 금지 정책으로 미개방됐고 이(e)스포츠 관련 산업도 중국 내부의 산업진흥정책으로 개방되지 않았다.

한국 여행사가 중국으로 진출해 중국인 관광객을 모집하는 업무도 허용된다. 국내 1개 여행사에 아웃바운드 업무(중국인 대상 해외여행 업무)를 허용하도록 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 일본, 독일 등 3개국의 각각 1개 여행사에 한해 아웃바운드 업무를 허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개 입찰을 통해 1개 여행사를 결정할지, 아니면 한국 여행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여행사를 운영할지 세부적인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추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 밖에 저작권 분야에서는 방송 콘텐츠의 보호 기간을 기존 2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했다. 한국 방송 콘텐츠의 실질적인 권리 증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발효한 한·중영화제작공동협정의 내용도 FTA에 반영했다.

●모호한 부분 많아 장밋빛 전망 일러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모호하고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박민선 CJ E&M 공연투자제작부장은 “영화에 비해 공연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당장 어떤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미 상하이 자유무역지구에서는 FTA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외국 자본을 개방해 한국의 공연기획사들이 상하이에 가서 공연을 하고, CJ E&M도 상하이에 현지 회사를 설립한 상태”라고 말했다. KBS 관계자 역시 “한·중 FTA에 적용되는 방송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한국 프로그램의 방송 수출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기 때문에 한·중 FTA가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재원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통상팀장은 “문화서비스 및 지적재산권 분야와 관련해서는 대략 큰 틀만 잡힌 상태이고, 연말까지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면서 “합작기업의 방식, 여행업 진출, TV 드라마와 방송용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권고 근거 규정 등 세부 사항에서 별도로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4-11-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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