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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 부양의무자 기준놓고 논란

기초생활수급 부양의무자 기준놓고 논란

입력 2014-11-11 00:00
업데이트 2014-11-11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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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시민단체는 폐지 vs. 정부여당은 유지

정부가 절대빈곤층 기본 생활보장 장치인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방식으로 바꾸려는 과정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의 잣대가 되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생계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데도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 탓에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그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핵가족 중심으로 가족관계가 변하고 높은 주거비용과 사교육비 부담을 고려할 때 부양의무자 기준을 통해 사적 부양을 강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는 말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전통적인 가족주의 가치관이 여전한데다, 국가의 재정부담을 가중하는 현실을 참작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당장 없애는 것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 부양의무자 기준에 기초수급 탈락 비수급 빈곤층 117만명

2000년 도입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월 소득인정액(가구의 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계층에게 생계비와 의료비, 교육비, 주거비, 해산·장례 보조비, 자활비용 등 7가지 급여를 한꺼번에 지원하는 사회보장제도.

정부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저소득층에게 7가지 급여를 통째로 제공하던 것을 각 수급자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급여를 주는 방안을 만들어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런 국가지원을 받으려면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빈곤층 자신이 최저생계비 100% 이하일 정도로 극심한 빈곤에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을 돌볼 만한 경제적 능력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그 가족과 사실상 관계가 끊겨 전혀 부양받을 수 없는 처지라고 해도 기초수급자가 될 수 없다.

이런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해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회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린 사람은 현재 11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에서 떨어졌지만, 그 부양의무자도 실제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쳐 자신의 생계조차 꾸려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보건복지개발원에서 받은 ‘기초생활보장제 부양의무자 특성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2년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4천815가구 중에서 월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절반도 안 되는 가구가 68.22%에 달했다.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보다 많은 가구는 고작 0.89%에 불과했다.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은데도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한 이유는 부양의무자가 있기 때문이지만, 탈락 가구 부양의무자의 46%(2천212가구)는 자신의 소득도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했다.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있다고 정부가 판단해 기초수급자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부양할 수 없는 빈곤계층이라는 말이다.

결국, 가난한 자식이 가난한 부모를 의무적으로 부양하도록 해 자식까지 영원히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빚는 것이다.

◇ “부양의무자 적용기준 폐지 또는 적용범위 축소해야” vs “현행 기준 유지”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해결을 위해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로 개편을 추진하면서 부양의무자 제도 자체는 그대로 두면서 다만 소득기준을 완화해 기초수급자 대상자를 조금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부모, 자녀, 배우자, 사위, 며느리 등 1촌의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로 된 현행 부양의무자 적용범위는 손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 대신, 부양의무자가 기초수급자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도 중위소득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소득기준을 현재 부양의무자 가구 최저생계비의 130% 미만에서 최저생계비의 185% 미만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비기준으로 지금보다 7천200억원 가량의 재정이 더 들지만, 12만명 정도의 기초수급 대상자를 더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해 빈곤사회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부양의무기준을 없애지 않고는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없다며 완전 폐지를 주장했다.

정부안대로 하면, 기초수급자는 겨우 12만명정도 밖에 늘지 않으며, 이는 정부가 지금까지 떨어뜨린 기초수급자 26만명에도 한참 미달하는 수준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했다.

정부는 부정수급자를 색출해 재정낭비를 막는다며 통합전산망을 가동하고 관리를 강화하면서 지난 2007년 157만명이던 기초수급자를 2014년 현재 131만명으로 줄였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시민사회단체를 거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의 고리를 끊으려면 복지 사각지대 발생의 제1원인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최종적으로는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부양이라는 사회적 통념과 국가재정 문제로 일거에 철폐하기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면서 그 첫 걸음으로 교육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우선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이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초중고교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지원해야 하며 이는 의무교육 정신과 일치하기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 이미 모든 부양의무를 마친 노인과 자신의 생활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부양의무를 지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노인과 장애인이 부양의무자일 때는 부양의무를 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사실상 가족관계가 사라지거나 희박해진 1촌 혈족의 배우자(사위와 며느리)에게까지 무조건 부양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현실과 어긋난다면서 이들을 부양의무자 범위에서 빼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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