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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디플레이션 공포 확산…“저성장의 늪 우려”

한국에 디플레이션 공포 확산…“저성장의 늪 우려”

입력 2014-11-06 00:00
업데이트 2014-11-0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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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하락하고 소비도 안 살아나…계속되면 실물경제 타격 불가피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있다.

이미 사실상의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보다 근원적이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세계적 경기침체, 원자재값 하락… 24개월째 1%대 물가상승

한국의 저물가 상황이 디플레이션이냐는 데는 이견이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며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현재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6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를 기록했다. 2012년 11월 시작된 1%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개월째 이어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현 상황은 디스인플레이션이 정확하다”면서 “다만 이런 상황이 오래가다 보면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으므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플러스이긴 하지만 상승세가 둔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일부 전문가는 현 상황이 매우 낮은 물가상승을 뜻하는 ‘광의의 디플레이션’에는 해당한다고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본다”며 “앞으로 저물가 상황 속에서 저성장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최근 저물가 현상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경기침체로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물건값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원자재, 에너지 가격의 하락세가 문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유, 금속의 가격이 2007년까지 폭발적으로 오르다가 버블이 꺼지면서 동반 하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7∼2008년 배럴당 150달러에 이르던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 4일 81.65달러에 거래됐다.

◇미국·일본·유럽 등 전세계가 저물가에 ‘신음’

저물가로 인해 신음하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올해 2분기 미국의 화폐 유통 속도는 1.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0.2%, 9월 0.1%로 나타났다.

양적완화 종료로 연방준비제도(Fed)의 돈 풀기가 중단되면 디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최근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했지만 고질적인 저물가를 당장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유로존의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0.3% 오르는 데 그쳤다.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에 한참 못 미친다.

ECB의 ‘마이너스 금리’ 결정도 유로존의 디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7%대에 이르는 중국도 물가상승률은 2%대를 기록 중이다.

이런 세계적인 저물가의 원인에 대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성장 방식의 변화 때문”이라며 “성장의 주체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뀌면서 재화에 대한 수요가 줄고 원자재 공급은 늘면서 물가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저물가가 우려되는 것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오랫동안 이어지면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어서다. 수요 침체와 생산, 고용 위축의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면 기업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소비와 투자를 뒤로 미루게 된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기업은 어쩔 수 없이 상품 가격을 내리게 되고, 소비자는 추가적인 가격 인하 기대감에 구매 계획을 미뤄 경기는 위축된다.

다만, 저물가의 긍정적 요인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 측면에서 유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경제성장의 가능성도 생긴다”며 “수요 측면에서 내수 활성화를 통해 물가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저물가 지속” vs. “물가안정목표 근접할 것”

앞으로 물가상승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농축산물 가격은 내년 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자재값이 떨어져 내년에도 저물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내다보며 저물가를 탈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예상하는데, 담뱃값 인상으로 0.6%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2.2%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5∼3.5%)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물가를 해소하려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연 2.00%)보다 더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중앙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지금처럼 기준금리 인하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면 시장은 물가가 더 내려갈 것으로 기대해 소비와 투자를 늦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세계적인 요인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내수 경기를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필요하면 금리를 더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세돈 교수는 “최근의 저물가 현상은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서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에 아무리 통화를 늘려도 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유, 원자재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랐다가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현재의 상황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며 “정부와 한국은행은 저물가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않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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