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공정위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에 ‘깊은 한숨’

건설업계, 공정위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에 ‘깊은 한숨’

입력 2014-07-27 00:00
업데이트 2014-07-2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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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철 담합…건설사 28곳에 4천355억원 과징금 ‘폭탄’”국책사업 도왔는데 과도한 제재”…입찰제한·해외수주 등 후폭풍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9년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사업의 입찰 담합 혐의로 28개 건설사에 대해 4천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자 건설업계는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4대강 사업으로 ‘과징금 폭탄’을 맞은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지하철 공사, 경인운하 사업에 이어 벌써 네 번째 고강도 제재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도 4천355억원으로 역대 전체 담합사건 중 두 번째, 역대 건설업계 담합사건 중 최대여서 건설업계에 전해지는 충격파는 더 큰 것으로 관측된다.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건설, 동부건설, 한진중공업, 포스코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28개 건설사는 “과거에 일부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정부에서 너무 지나치게 제재를 가하는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과징금을 내야 하는 한 대형 건설사의 임원은 “사실상 수익성이 거의 없는 공사에 당시 정부가 ‘국책사업에 대형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독려해 사명감을 갖고 참여했는데 정권이 바뀌자 이 때문에 과징금 세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다른 대형 건설사 고위 관계자도 “단일 사업을 여러 개의 공구로 분할해 동시 발주하면서 1개사 1공구로 수주를 제한하는 등 업체 간 공구배분을 조장한 것은 사실상 당시 정부였다”며 “계약·발주 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업체에만 사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책임을 묻고 있다”고 반발했다.

건설업계는 특히 이달 23일 열린 ‘건설공사 입찰담합 근절 및 경영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에 대형 건설사 대표들이 참석해 지금까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직접 머리 숙여 사과하고 선처를 호소했는데도 ‘철퇴’가 내려졌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과징금 규모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정위 조치로 건설사 한곳에서 내야 하는 과징금은 평균 156억원으로, 한 업체에 최대 836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건설업체들이 몇 년째 장기 불황에 허덕이다 지난해부터 가까스로 기운을 추스르고 실적 개선에 파란불이 켜졌는데, 벌어들인 돈을 모두 벌금으로 내게 생겼다”면서 “이번 결정은 실적 개선에 나선 건설사들의 경영에 크게 부담을 주고 건설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조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낙찰을 받지 못한 업체에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담합 과징금은 부당이득을 취한 것에 대한 회수 차원의 성격인데 낙찰도 못 받고 결과적으로 들러리만 선 회사에도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내라는 것은 과도한 처벌 아니냐”며 “특히 들러리 회사가 낙찰사보다 과징금 규모가 크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적자를 낸 기업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경감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려면 실제 회사가 어려워서 낸 적자인지, 단순 회계처리상의 적자인지도 명확히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적자기업에 잘못된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담합으로 인한 제재가 과징금 부과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후폭풍을 더 우려하고 있다.

발주처로부터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면 일정기간 정부가 발주하는 모든 공공공사에서 입찰 참가가 제한되는데다 손해배상 소송 등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2년에 담합 판정이 내려진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경우 건설사가 제기한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어서 이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면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이 판결 결과는 입찰참가제한 취소 소송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4대강 담합 판정을 받은 대형 건설사의 무더기 공공공사 입찰 제한이 당장 내년부터 현실화될 수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최대 2년간 공공공사 입찰이 제한되면 영업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과징금에다 입찰참가까지 제한하는 것은 가혹한 중복처벌”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제재가 국내 영업뿐 아니라 해외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해외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일본, 중국, 유럽 업체들이 잇단 공정위의 판결을 바탕으로 한국 업체에 대한 비방 홍보자료로 활용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발주할 중동과 인도 등 지역의 대형 공사 수주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공정위의 공식적인 결정이 담긴 의견서가 아직 회사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라며 “의견서를 받는 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내부 검토를 거쳐 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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