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편성 가능성 수면 위로 부상…전문가들 찬반 엇갈려

추경 편성 가능성 수면 위로 부상…전문가들 찬반 엇갈려

입력 2014-07-08 00:00
업데이트 2014-07-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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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한 경기회복세·세수부진에 선제적 재정정책 필요성 제기

세월호 참사 이후 주춤한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추경 편성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소비 등 내수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수조원에 이르는 세수 부족도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국회 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현 시점에서 추경 편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경제 여건이 바뀌어 경기 침체 등 법령상의 추경 편성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면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경 편성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나 시기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내수부진 더블딥 우려·세수 부진이 ‘추경론’ 부채질

지난해 상반기부터 미약하게나마 완만하게 이어지던 경기 회복세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심리가 악화하면서 4월 소매판매액이 전월대비 1.7% 감소하는 등 민간소비가 눈에 띄게 주저앉았고, 산업활동과 고용 등의 회복세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조정하고 있으며, 한국은행도 오는 11일 경제전망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가 침체에서 간신히 벗어나는 상황에서 ‘더블딥(경기가 반짝 회복 후 다시 침체하는 현상)’에 빠지지 않으려면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추경을 통해 경기부양의 ‘마중물’을 부어주고, 정부의 확고한 경제 활성화 의지를 경제주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세입 여건도 추경 편성이 필요한 이유중 하나다.

올해 4월까지의 국세 진도율은 34.4%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35.0%)보다 0.6%%포인트 낮고 2012년 같은 기간(약 40%)보다는 5%포인트 이상 낮다.

8조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가 난 지난해보다도 진도율이 낮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도 수조원의 세수 결손 사태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세수 부족분을 메우면서도 경기를 부양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추경 필요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추경, 제도·현실적 어려움 ‘상당’

현 상황에서 추경이 제도적·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도 꽤 있다.

우선 국가재정법 제89조는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에 한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해석할 때 현재 경제 상황이 추경을 편성할 만한 상황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정부와 한국은행,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거나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장 낮은 전망치가 3% 초반대인 만큼 ‘경기 침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482조6천억원으로 GDP 대비 33%에 달한다. 금액으로 보나 GDP 대비로 보나 사상 최고 수준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5%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3.8% 이후 가장 크다.

정부가 당장 추경안을 편성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집행까지 시차를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나온다.

내년 예산안 편성 작업에 주력하는 기재부 예산실이 추경안을 짜는데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돼도 심의 등 절차를 감안할 때 8월 국회 통과도 만만치 않다는 점 등이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부각된다.

◇전문가 입장 엇갈려…최경환 “여건 바뀌면 검토” 가능성 시사

전문가들은 추경 편성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내놓았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현재 한국 경제는 회복 국면에서 일시적 둔화를 겪는 소프트패치 상태로, 이대로 가면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경기를 반등시키기 위해 추경을 하는 것이 새 부총리의 첫번째 책무”라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추경 때문에 경기가 반짝 회복했던 작년 2,3분기를 빼면 줄곧 1% 미만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경기침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확실한 경기부양 효과를 보려면 세수 결손분을 제외한 순수 추경 규모가 최소 10조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회장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최 후보자가 적극 나서면 추경 편성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추경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겠지만, 회복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추경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추경 등의 재정정책은 효과는 빠르지만 결정 과정이 오래 걸리고, 현재의 어려움을 미래 세대의 빚으로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여야가 합의하면 의외로 빨리 추경이 이뤄질 수 있고,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추경의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최 후보자도 당장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그는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현재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0% 후반대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고, 취업자 증가세도 양호한 수준을 보이는 등 ‘경기침체’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추경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그동안 정부의 스탠스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후보자는 “경제여건이 변화해 경기침체 등 법령상의 추경 편성 요건을 충족하면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경 편성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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