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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영향 하반기 본격화 우려…고민 커지는 당국

환율영향 하반기 본격화 우려…고민 커지는 당국

입력 2014-05-18 00:00
업데이트 2014-05-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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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화가치 급등(환율 하락)의 충격은 올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적인 내수 침체를 타개할 묘수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마저 타격을 받으면 경제 성장의 양 날개가 꺾이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배경에는 이런 고민이 깔렸다.

그러나 원화가치를 좌우하는 엔·달러 환율은 당국도 손쓸 방도가 없다. 당국의 시장 개입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많아 고난도의 ‘외줄타기’가 필요한 형국이다.

◇당겨진 환율 방아쇠…2분기부터 상승 본격화

올해 2분기 들어 원화가치 상승은 본격화했다. 가장 결정적인 ‘방아쇠’는 지난 4월9일 당겨졌다.

당시 금융시장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지만,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 A씨는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누구라도 환율 하락에 베팅하겠지만, 적극적으로 베팅하지 않았다”며 “달러당 1,050원선을 당국이 지켜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A씨는 큰 손해를 봤다. 그는 당국의 방어를 믿고 ‘롱(달러화 매수) 포지션’을 잡았지만, 5년8개월간 깨지지 않았던 1,050원선은 무너졌다. 그는 부랴부랴 달러화 매도 주문을 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지난 5년8개월 동안 1,050원선 하향 돌파 테스트는 2011년 7월, 2013년 1월, 그리고 올해 1월 등 세 차례 뿐이었다. 이 때마다 당국이 나서거나 유럽 또는 북한발 소식으로 환율은 반등했다. 오랜 기간 1,050~1,200원선은 단단한 박스권으로 여겨졌다. A씨를 비롯한 딜러들은 예외없이 이런 기술적 분석에 충실했으나, 예상과 달리 당국은 잠잠했다.

”한번 박스권이 깨지니 심리가 한쪽으로 쏠렸다. 너나없이 환율 하락에 걸었다”고 A씨는 전했다. 불과 이틀 뒤에 1,040원선을 내줬고, 이달 7일에는 1,030원선도 깨졌다. 국내 외환시장이 얇아 딜러들의 심리에 크게 좌우된 탓도 있었다.

환율이 반등해 박스권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은 1,030원선 하향 돌파로 빗나갔다. 그러자 이틀만에 환율은 1,020원선마저 위협했다. 당국은 ‘위험수위’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했고, 지난 14일 점심때 기습적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더는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셈이다.

◇’원高’는 대세…시차 두고 수출 타격

심리가 무너진 시장에서 환율은 당분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미 달러화의 약세, 원화자산(주식·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 등 환율 하락 재료가 지천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환율은 원론적으로는 장기적인 균형 수준보다 조금 높은 상태다. 원화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라며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당국의 ‘마지노선’인 1,000원 가까이로 내려가고 원·엔 환율도 100엔당 90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 전문가들은 경상수지와 미국의 국채금리를 꼽는다.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거나 적자로 돌아서면 달러화 공급이 감소해 환율이 오르고,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 역시 환율이 오른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환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시장의 관심은 미국이 올해 10~11월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 작업을 완료하고 과연 언제부터 제로금리에 변화를 주느냐는 것”이라며 “이런 논의가 하반기에 본격화하면서 국채금리를 미리 끌어올려 환율이 1,050원대로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하반기에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이미 주저앉은 환율이 시차를 두고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 계약은 시차를 두고 체결되고, 환율 변화가 수출품 가격에 반영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며 “이런 시차는 통상 3~6개월로 보는데, 올해 4월부터 본격화한 환율 하락이 실물 경제에선 하반기들어 본격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환율 하락은 수출업체에 악재이면서 수입업체에 호재인 양면성이 있다. 내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내수는 구조적인 침체에 빠져있고, 수출의 비중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54%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수입물가가 조금 낮아진다고 침체에 빠진 내수가 금세 부양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한국은 일본에 견줘 해외생산 비중이 아직 작아 수출은 물론 경기 회복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개입 불가피”…당국 한계론도

환율 급락에 대응해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때문에 원화 강세 자체를 틀어막을 수는 없지만, 환율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것은 경제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김정식 학회장은 “그동안 원·엔 환율이 1천원선을 유지해 당국이 그런대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경계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며 “원·엔 환율 1천원을 지키는 개입은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당국이 직접적인 개입으로 환율이 더 내리는 것을 막으려는 것 같다”며 “환율이 너무 빨리 하락하기 때문에 당국의 개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상 흑자 국가의 외환시장 개입을 달갑지 않게 보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당국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형국이다. 원·엔 환율을 염두에 두지만, 여기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주는 엔·달러 환율은 당국의 손 밖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분석 전문가는 “주요 변곡점인 1,050원선이 깨질 때 당국이 잠잠했던 원인은 시장 개입을 견제하는 미국 재무부를 의식했던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를 적정 수준으로 균형을 맞추고, 환율 변동에 민감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상수지 균형을 위해서는 국내 수입 활성화를 들었다. 그동안 한국이 지나치게 국내 시장을 보호해 온 측면이 있는 만큼 수입 확대를 고려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소비와 대내외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울러 환율 변동에 대응하는 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개발하거나 환위험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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