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형외과의사회 자체 진상조사...”수술전 응급장비와 마취전문의 확인해야”

이른바 ‘섀도닥터’(그림자 의사)를 내세운 대리수술과 이를 위한 불필요한 수면마취, 밥도 못 먹고 하루 16시간 일하는 의사들…….

10일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발표한 자체 진상조사 결과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성형수술 사고가 단순히 우연한 사고가 아닌 필연적이고 이유 있는 사고라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성형 열풍에 기대어 기업형 성형외과가 출현하고, 이들이 과다 경쟁 속에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온갖 불법 행위들이 속출하게 된 것이다.

◇ “대리수술 위해서 대량의 수면마취”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일부 의료기관에 대한 자체 조사를 거쳐 강남 유명 G성형외과 원장을 의사회에서 제명하는 등 12명의 회원에 대해 자체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최근 이 성형외과에서 쌍꺼풀과 코 수술을 받은 여고생이 몇 개월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등 성형수술 사고가 잇따르면서 성형외과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상목 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은 “이 기회에 자성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조사 배경을 밝혔다.

의사회는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처럼 여겨지던 섀도닥터의 존재 등을 사실로 인정했다. 방송과 광고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간판 의사’가 수술을 집도할 것처럼 상담을 한 후에 사실은 레지던트 등 다른 의사가 와서 수술을 하는 것이다.

김선웅 의사회 법제이사는 “환자가 눕는 순간 불필요한 수면마취를 하고 잠이 든 것이 확인되면 바로 나간 후 전혀 본 적이 없는 의사가 수술한 뒤에 다시 유명 의사가 들어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환자를 속이기 위해 과다하게 마취를 하게 되고 이것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상당수의 병원에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상태에서 불필요한 마취가 행해지다보니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대리수술 행위는 의료법상으로 엄밀히 불법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규제도 쉽지 않다.

◇ 의사들 과도 근무로 사고 위험성도 커져

이처럼 “외국인조차 섀도닥터의 존재를 알고 있을 정도”로 대리수술이 횡행하게 된 것은 최근 기업형 성형외과의 출현이나 경쟁 심화와 무관하지 않다.

10∼15명의 의사를 고용한 병원이 환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많은 광고비와 브로커비용을 치르면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섀도닥터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외에서 환자가 몰리는 강남의 대형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노동량이 과중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 이사는 “병원 운영을 그만 두고 2주 정도 알아본 결과, 의사들이 하루 16시간 가량 일하고 있었다”며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술임에도 바쁠 때는 새벽 4시까지 수술하고 9시에 다시 출근해서 수술하곤 한다”고 전했다.

의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게도 과도한 근무가 강요되고, 심지어 자격증이 없는 간호조무사 학원생에게까지 업무를 맡기면서 의료사고의 위험이 커지게 됐다는 것이 의사회의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성형수술 피해로 인한 상담건수가 전년도보다 30% 가량 늘고,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구제 접수도 5년새 3배 이상 증가한 데에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 수술 앞서 응급장비·마취전문의 등 확인해야

이 같은 성형수술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광고나 상담에 현혹돼 무분별한 성형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수술을 위해 병원을 선택할 때에는 해당 병원이 수술 중 이상이 생겼을 때 얼마나 빨리 대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게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성형외과들이 응급의료장비나 긴급 수혈 팩 등 안전장치 없이 수술을 진행하고 있어 사고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양악수술이나 유방확대술 등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을 하면서도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병원도 상당수다.

따라서 수술 병원을 택하기 전에 해당 병원이 응급의료장비를 갖췄는지, 마취과전문의는 상주하는지 등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또 수술실에서 세균 감염에 따른 패혈증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 많큼 수술실의 청결 여부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