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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특성에 맞게 시스템을 바꿔라”

“공기업 특성에 맞게 시스템을 바꿔라”

입력 2014-01-14 00:00
업데이트 2014-01-1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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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 이번엔 제대로 하자] 공기업 사장·전문가 제언

“솔직히 대한민국에 부채 없는 기업이 어딨습니까? 더구나 민간기업이 꺼려하는, 소위 돈 안 되는 사업들도 떠맡는데…. 공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시간 내 부채 감축만 재촉하면 공기업들이 당장 돈 되는 사업들만 내다 팔게 될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거죠.”

정부의 고강도 공기업 개혁 방침에 공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 공기업 사장은 13일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 등으로 인한 과도한 부채는 심각한 문제”라면서도 “공기업 대표들에게 충분한 자율권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일률적으로 부채 감축만 채찍질한다면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고 형식적인 조직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겠지만 이런 식의 개혁은 1~2년만 지나도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극약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면 정부의 공기업 개혁은 일회성에 그칠 수밖에 없다.

공기업 사장들과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태생상 당장 돈 안 되는 사업도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점, 정교하게 예측돼야 할 사업들에도 정치적 입김과 여론의 눈치가 작용한다는 점 등 공기업 각각의 특성과 사업 내용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낙하산 인사 철폐→ 공기업 자율성 회복→ 시장경쟁체제 노출 등 단계적 개혁을 밟아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B 공기업 사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취지는 공기업에 경영자율권을 먼저 주고 경영 성과를 사후에 평가해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입법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경영자율권이 사라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공기관마다 특성이 있는데도 획일적인 지침과 잣대로 과다한 사전 통제를 받고 있다는 호소였다.

공기업 자율성 실종에는 인사에서부터 작용하는 정부 입김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공기업 방만 경영의 원인을 여기에서 찾는 전문가들도 많다.

C 공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주문하면서 일부 공기업 사장에 정치인 등의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게 아이러니하다”면서 “정부가 청와대 눈치만 보면서 공기업 사장, 감사들의 인사 시스템을 개혁해야겠다는 의지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공기업의 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치된 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치게 돼 있는데 당연직 공무원을 제외한 나머지 운영위원들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 관료-공기업 최고경영자(CEO)-노조로 구성된 ‘철의 삼각지대’를 깨뜨리지 못하는 한 공기업 경영 평가 등 내부적 장치에 의한 개혁은 전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도 “입법부와 사법부의 추천을 통해 독립적인 운영위원이 임명될 수 있도록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경쟁체제에 대한 고민도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쟁체제로의 노출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공기업은 정부가 지배적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파산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민간에 비해 적다는 이유에서다. 김 부연구위원은 “외부 충격의 대표적 방안은 민영화겠지만 민영화에 대한 반발이 너무 큰 상황이기 때문에 그보다는 개별 공기업들의 특성에 맞게 시장경쟁체제에 노출시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기업 각각의 특성에 따라 자체 시스템으로 일부 효율화를 추구하는 방안도 있다. 한국전력의 경우 6개 발전 자회사가 있어 자연스럽게 경쟁이 이뤄진다. A 공기업 사장은 “결국 민영화 논의를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공기업은 민간이 할 수 없는 사업을 하는 특성도 있기 때문에 (민영화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4-01-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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