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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 핵연료 처리, 갈등 반복 없이 해법 찾을까

사용후 핵연료 처리, 갈등 반복 없이 해법 찾을까

입력 2013-10-30 00:00
업데이트 2013-10-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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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내 임시저장 72% 채워…조치 없으면 2016년부터 포화사회적 수용성 확보 관건…초대형 사회갈등 잠재성 다분

지난 2005년 경주 방폐장(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이 주민투표로 확정되기까지 우리 사회는 10년이 넘도록 홍역을 치러야 했다.

1989년 경북지역 3개 후보지 부지조사가 중단됐고 1991년 안면도, 1994년 굴업도 폐기물 처분장 지정은 백지화됐으며 2003년에는 주민 반발로 부안 사태가 발생했다.

경주 방폐장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작업복, 장갑, 폐필터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중저준위 방폐물은 경주 방폐장을 통해 어쨌든 처리 해법을 찾아놓은 셈이다.

이제 문제는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정부는 30일 원전소재지역, 시민사회단체, 학계 전문가 등 각계에서 의견을 수렴해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

올해 1월부터 국회와 전문가 그룹 등에서 50회 넘는 설명회·토론회 등을 거친 끝에 어렵사리 위원회를 발족한 것이다.

공론화위원회는 국민적 공감대 하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부지 선정은 그 이후의 절차로 남아있게 된다. 무엇보다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이번 공론화 과정의 최대 관건이다.

그렇지 못하면 방폐장 부지 선정 못지않은 초대형 갈등 이슈로 표면화할 위험성을 안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 사용후핵연료 72% 포화 상태

사용후핵연료(spent nuclear fuel)란 말 그대로 원전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된 핵연료물질이다. 핵분열을 일으킨 핵연료물질을 통칭하기도 한다.

경수로형 사용후핵연료는 가로·세로 각 20㎝, 높이 4m, 무게 450㎏이다. 길이 50㎝, 무게 23㎏인 중수로형보다 크다. 대신 경수로형은 5년 사용할 수 있어 중수로형(1년)보다 오래 탄다.

우리나라 원전은 월성 4기(중수로)를 제외한 고리·신고리(6기), 한빛(6기), 한울(6기), 신월성(1기) 등 19기는 경수로형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다 타고 배출돼도 엄청난 열을 방출한다. 사용전 새 연료는 방출열이 없고 방사선이 적어 사람이 접근할 수도 있지만, 사용후핵연료는 강한 방사선을 내뿜는다.

핵분열생성물(FP)이 3.4% 포함돼 있어 물질 구성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열을 식히기 위해 원전내 수조에 임시로 저장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원전 23기 부지 내에 임시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작년 말 기준으로 72% 포화된 상황이다. 전체 1만7천997t의 저장 용량에 1만2천948t을 이미 저장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연간 700t씩 나온다.

현재로서는 2016년이면 고리 원전부터 완전 포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나머지 원전의 포화 연도는 한빛 2019년, 한울 2021년, 신월성 2022년 등이다.

기술적으로는 임시저장시설의 확충 또는 연료봉을 촘촘히 쌓는 ‘조밀랙’을 통해 포화연도를 2024∼2037년으로 늦출 수는 있다. 그러나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다.

◇ ‘임시저장·중간저장·최종처분’ 중 어떤 선택을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방법은 임시저장과 중간저장, 최종처분 세 가지로 나눈다.

임시저장은 현재 우리나라가 하고있는 방식이다. 어차피 사용후핵연료의 발열문제 때문에 보통 5년 이상 수조내 습식 냉각은 필수적이다.

중간저장은 수조에서 냉각된 사용후 핵연료를 처분 이전까지 저장하는 것이다.

방식은 콘크리트 또는 금속으로 밀폐된 건식 저장시설을 짓는 형태다. 영구처분 이전까지 보관하는 일종의 창고 개념이다.

건식저장은 지상에 보관하게 된다. 운영기간은 통상 50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 뒤 고준위 폐기물 형태로 처분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플루토늄 추출 등과 관련돼 국제적으로 매우 휘발성이 강한 사안으로 접근 자체가 조심스럽다.

최종처분은 지하 500m 이상 심지층에 파묻는 것이다. 인간생활과 영구히 격리시키는 것으로 10만년 이상 분리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처분은 해외사례도 전무하고 기술적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다.

◇ 험난한 논의과정 예고…향후 부지선정 ‘최후의 난제’

이날 공론화위원장으로 추대된 홍두승 서울대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갈등의 도화선이자 두려움의 대상으로 각인돼 있지만 마냥 외면할 순 없다”고 했다.

위원회 출발은 순탄치 않다. 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으로 선정된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이 위원회 구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불참을 선언했다.

시민단체 에너지정의행동은 ‘많은 한계를 갖고 반쪽 출범하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논의 참여는 과거보다 진전된 모습이지만, 산업부의 자문기구 성격이어서 한계를 안고 있고 핵산업 진흥이 주된 목적인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내년말까지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하게 돼 있지만 출범부터 진통을 겪은 터라 향후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또 위원회의 임무가 사용후핵연료의 ‘관리방법’을 결정하는 것이지만 결국 문제의 핵심은 ‘중간저장시설 부지’로 모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술적 여건과 한미원자력협정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면 중간저장시설 건설이 사실상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중저준위 방폐장과 마찬가지로 부지 문제라는 엄청난 장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다른 원전국가 공론화 사례는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 중 미국,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71%)은 중간저장시설을 운영 중이다. 중간저장 이후 최종관리방안은 직접처분, 재처리, 관망(wait & see) 정책으로 갈린다.

미국·캐나다·스웨덴·독일·스페인 등 8개국은 직접처분을, 프랑스·일본·러시아·인도·중국·영국 등 6개국은 재처리를 선택하고 있다. 재처리 6개국 중 일본을 뺀 5개국은 핵보유국이다.

우크라이나, 벨기에, 스위스 등 8개국은 관망 상태다.

한국과 원전 운영 규모가 작은 나머지 8개국은 임시저장만 하는 상황이다.

외국의 사용후핵연료 처리 공론화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은 2년11개월이 걸려 재처리 쪽으로 방향을 결정했다. 권고사항은 심지층 처분하되 중간저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국가공론위원회가 11개월에 걸쳐 의견을 수렴한 끝에 방폐법을 제정했다. 캐나다는 3년간 이해관계자 대면토론(250명) 등을 거쳐 단계적 관리(소내 중간저장→집중식 중간저장→심지층 처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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