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동양 오너일가…증권·시멘트도 매각위기

사면초가 동양 오너일가…증권·시멘트도 매각위기

입력 2013-10-08 00:00
업데이트 2013-10-0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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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서 영향력 약해질듯…동양시멘트·네트웍스 관리인 선임 촉각

동양그룹 사태가 개인 투자자 피해와 대주주의 도덕성 문제로 확산하면서 현재현 회장과 부인 이혜경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사면초가 위기에 놓였다.

동양그룹이 애초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할 때만 해도 상대적으로 우량한 동양시멘트를 지키는 데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였으나 시장에선 현 회장 측이 진정성 있는 기업회생계획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도 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8일 산업·금융계에 따르면 현 회장 입장에선 주요 계열사의 법정관리 개시 신청 후 위기가 더 커졌다.

비교적 우량한 동양시멘트를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하는 바람에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게 됐고 결과적으로 시장 신뢰를 잃었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계열사인 동양증권 임직원들까지도 현 회장 등 대주주 일가와 경영진을 비난하는 상황까지 펼쳐졌다.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법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5개 계열 법정관리 개시 여부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릴 때 관리인 선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 측은 그러나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현 경영자가 관리인으로 선임되기 위한 전략을 취해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2006년 도입된 통합도산법의 ‘관리인 유지’(DIP) 제도에 따라 법원이 현 경영자가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동양네트웍스는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혜경 부회장의 실세라인으로 알려진 현 김철 대표이사를 관리인으로 선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양시멘트는 애초 이 부회장의 측근인 이상화 대표이사를 관리인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공동 대표이던 김종오 대표는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사임했다. 그러나 전날 이상화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김종오 부사장을 신규 대표를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 다 오너 일가 측근을 관리인으로 앉히는 데 대한 도덕성 논란이 일자, 전략을 수정, 동양시멘트에는 최측근 대신 회사 내 다른 인물을 선임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법원이 동양의 이런 전략적인 선택을 받아들여줄지는 미지수이다.

법원이 통상 법정관리 기업의 관리인으로 회사 사정을 잘 아는 현 경영자를 선임하지만, 부실 책임이 있는 대주주의 측근인지 여부에 대해선 철저하게 따져보고, 해당 인사들을 배제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도 “채권은행으로선 현재현 회장의 지배력이 미치는 기존의 대표이사가 관리인이 되는 데 부정적”이라며 “법원이 관리인 선임에 대해 의견조회를 해오면 (현 경영진에 대해) 적정하지 않다는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내려진 계열사에 기존 경영진이 아닌 외부 관리인이나, 채권단이 요구한 관리인이 선임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 회장이 지금처럼 동양시멘트 등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시장과 재계 안팎에선 현 회장 측이 이번 위기국면을 벗어나려면 돈이 되는 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뿐 아니라 동양증권, 동양시멘트까지 팔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법정관리로 시간을 벌면서 계열사 매각에 나서도 그룹이 생각하는 만큼의 제값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동양시멘트 채권은행들 역시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회생계획안에 동양파워 매각안을 포함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양파워의 지분은 동양시멘트가 55%, 동양레저가 24.99% 등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동양레저는 ㈜동양 36.25%, 동양증권 14.8% 등도 보유하고 있다.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증권 19%와 동양시멘트 1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비상장사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작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특별한 사업을 영위하지 않아, 법정관리 개시 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청산 절차를 밟으면 동양증권, 동양시멘트, 동양파워 등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을 내놔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서 두 기업이 총 33.9%의 지분을 보유한 동양증권의 매각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회장이 시장 신뢰를 잃어 애초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동양시멘트와 동양증권마저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동양증권은 투자자의 대거 이탈과 신뢰를 잃은 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한 회생 가능성을 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동양시멘트 지분은 ㈜동양이 54.96%, 동양인터내셔널이 1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동양이 동양시멘트 지분 54.96%를 담보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1천560억원어치 발행한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계열사 한 곳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것은 하나라도 잃지 않으려는 현 회장 자신이 화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며 “법정관리 개시 계열사의 회생계획안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마련하느냐 여부가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했다.

동양의 5개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 여부는 이달 내 판가름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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