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앞둔 외환銀 주총서 소액주주.직원들 격앙

상장폐지 앞둔 외환銀 주총서 소액주주.직원들 격앙

입력 2013-03-15 00:00
업데이트 2013-03-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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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돌(하나금융)이 박힌 돌(기존 소액주주)을 빼버리는 형국 아닙니까”

19년 만의 상장폐지가 결정된 외환은행의 15일 주주총회는 소액주주와 직원들의 성토장이었다.

외환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주총을 열고 하나금융지주로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위해 외환은행 주식 5.28주와 하나금융 주식 1주를 교환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약 400명이 모인 가운데 오전 10시께 시작된 주총은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직원들과 소액주주들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소액주주 직원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한 법률대리인은 “주식교환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실익이 있는 것이냐”고 물으며 “모든 주주가 아니라 하나금융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배당금이나 순익 규모로 볼 때 5.28대 1이라는 비율은 외환은행의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한 것이라는 의견도 줄을 이었다.

한 중년의 소액주주는 대주주인 하나금융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버리는 형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다른 소액주주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 50%의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국민 100%의 대통령인데 (외환은행) 행장은 60%의 행장인가”라고 반문하며 “대주주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도 맹공을 퍼부었다.

지난해 위법성 여부를 간과하고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에 257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던 점 등을 거론하며 이번 주식교환도 대주주인 하나금융의 이익을 위해 결정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총에 참석한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주가가 7천원 선에 머물고 있는 점과 주식교환으로 소액주주에게 단주 피해가 발생하는 점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윤 행장은 “오버행(잠재매물) 이슈로 외환은행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있다”며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주가 격차가 커지고 있어 지금은 5.28대 1이지만 나중에는 8대 1, 9대 1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은행의 미래를 놓고 이사들과의 토론과 숙고 끝에 결정한 일”이라며 주주들을 설득했다.

소액주주들의 잇따른 항의로 표결은 주총 시작 후 약 3시간 만인 오후 12시 45분께 진행됐다.

표결에서 출석자 주식 총 수의 79.2%(발행주식의 67.2%) 찬성으로 안건이 가결되자 일부 직원들은 임원들의 퇴장을 가로막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직원들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서로 손을 잡은 채 눈물을 흘렸다.

1994년 4월 증권시장에 상장된 외환은행 주식은 내달 3일 매매가 정지되고 26일 상장폐지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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