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기술력, 韓의 미래산업까지 위협한다

中의 기술력, 韓의 미래산업까지 위협한다

입력 2013-02-19 00:00
업데이트 2013-02-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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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간의 수출 접전 분야가 고부가가치 업종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00년 하이테크 업종 중 양국의 중복 수출품목은 2개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반도체, 선박, 평판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전자응용기기 등 5개 품목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중국 기업들이 기술경쟁력을 갖췄으며 이런 중국의 가파른 기술 성장세는 현재 한국의 주력산업 뿐만 아니라 향후 미래산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과 달리 자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한 기술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 中, 정부지원 등에 업고 韓 기술력 ‘맹추격’

19일 국제금융센터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하이테크 부문 수출품목 중복현상은 10년 사이에 눈에 띄게 심화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직전인 지난 2000년에 양국 간의 겹치는 고부가가치 수출품목은 2개 품목이었으나 작년에는 5개 품목으로 증가했다.

겹치는 수출품목이 늘어난 만큼 한국의 중복 수출품목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다.

2000년 중복 하이테크 수출품목인 컴퓨터, 통신장비에 대한 한국의 수출비중은 13.1%였으나 지난해 5개 중복 수출품목에 대한 국내 수출비중은 30.8%로 늘어났다.

중국도 2000년 전체 수출에서 중복 수출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5.7%에서 지난해 14.9%로 늘어났지만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중복 수출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쪽이 경쟁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연구원은 “중국의 수출품목은 다변화한 반면 한국은 소수 품목에 집중돼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이 특정 중복 수출품목의 경쟁에서 비기더라도 해당 품목에 대한 수출 비중이 더 높은 한국이 중국보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10년만에 하이테크 부문에서 한국과의 중복 수출품목을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강력한 정부지원에 따른 기술경쟁력 제고였다.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고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기에는 자생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대형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경쟁력 집중 작업을 추진 중이어서 중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06년 당시 160개였던 대형 국유기업 수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고, 이 중 30∼40개만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또 중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오는 2015년까지 연간 매출 17조원 규모의 글로벌 전자기업을 5개 이상 육성하고 철강, 자동차, 시멘트, 조선 등 주력 기업을 구조조정해 상위기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위원은 “아직 한국과 중국 간의 하이테크 기술 수준 차이는 크지만 우리나라를 따라잡는 중국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서 “중국의 기술 개발속도는 충분히 경계할만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 “韓만의 방식으로 기술력 키워야”’선택과 집중’

한국 경제가 하이테크 부문에서의 중국 성장세에 타격을 입지 않으려면 결국은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향후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 신성장 사업에 대해서는 한국도 중국처럼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유 연구위원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사업은 해당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도 충분하고 경쟁력이 높아 강력한 정부지원이 따로 필요 없겠지만 신에너지 사업, 녹색산업, 차세대 자동차 산업 등은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고부가가치는 특정 업종에서만 창출될 것이라는 편견을 기업들 스스로가 깨뜨리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한국에서는 첨단기술이라고 하면 반도체,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정도만을 떠올리지만 볼펜 심을 만들더라도 0.3mm의 얇은 심을 만드는 것, 단순 섬유가 아닌 고어텍스를 제조하는 것도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보다 중복 수출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유 연구위원은 “중국이 한국보다 수출품목이 다변화했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주요 기업에 페널티를 주면서까지 숫자상의 균형을 맞출 필요는 없다”면서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신정상 산업도 함께 길러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엄정명 연구원도 “한국은 중국과 달리 자원이 한정돼 있어 선택과 집중밖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전기전자(IT)와 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과 신성장 고부가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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