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밖에 안남았다”…성형 서두르는 여성들

“2주밖에 안남았다”…성형 서두르는 여성들

입력 2013-02-17 00:00
업데이트 2013-02-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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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입학·봄방학 맞아 위험 무릅쓴 ‘양악수술’ 한창

이제 곧 대학교 4학년이 되는 김민정(22.여) 씨. 평소 튀어나온 아래턱이 콤플렉스였던 그녀는 최근 한 대학병원을 찾아 양악수술에 대해 상담했다. 진료 교수는 교정만으로도 부정교합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지만, 김 씨는 이번 기회에 얼굴 윤곽까지 바꾸겠다며 양악수술을 고집했고 지난주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김 씨는 “개강이 3주 정도밖에 남지 않아 이 시기를 놓쳤다가는 언제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수술을 결심했다”면서 “비용은 1년 동안 각종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충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부정교합 치료와 성형수술을 동시에 하고 싶은 이들에게 양악수술이 인기다.

특히 봄방학과 졸업, 입학을 맞아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와 치과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부기가 빠지는 것부터 어느 정도 자리 잡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한 성형수술의 특성상 피크타임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7월과 12월부터지만 입학, 개학까지 2~3주 정도 남은 이 시기를 활용하려는 이들로 북새통이다.

최근에는 개원가 뿐 아니라 대학병원도 양악수술 문의가 전년대비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양악수술이 주로 개원가에서 이뤄지기 때문인지 대학병원에서 조차도 놀라는 눈치다.

◇TV·인터넷 영향에 “양악수술 할래요” 급증 = 요즘 양악수술의 추세는 미용 목적이 크고, 환자가 먼저 수술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수술이 처음 시행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양악수술은 부정교합 치료가 목적이었다. 위아래 치아의 교합이 맞지 않아 음식물을 씹는 데 문제가 있거나 턱관절이 삐뚤어져 통증이 있고, 소리가 날만큼 상태가 심해 교정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환자가 대상이었다.

양악수술은 뼈 외에도 피부와 피하조직, 근육, 치아의 조합까지 고려해야 하는데다 얼굴의 복잡한 혈관과 신경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부정교합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튀어나왔던 광대뼈와 아래턱이 들어가는 등 미용적인 효과까지 부각되면서 안면윤곽술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 양악수술을 받은 연예인들이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일반인의 수술건수가 급증했다. 여기에 양악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개원의가 늘어나면서 양악수술 시장의 규모도 덩달아 커졌다.

◇유난히 한국에서만 예뻐지는 수단으로 각광 = 사실 양악수술은 치료와 미용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보니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기다. 하지만, 나라별로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달라 선호하는 수술법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뚜렷한 이목구비를 위해 아래턱을 밖으로 빼내는 반면 우리나라는 V라인 얼굴형을 만들기 위해 아래턱을 돌려 집어넣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또 우리나라는 광대뼈 축소술이나 사각턱 수술과 같은 안면윤곽수술을 동시에 하는 경향이 있다. 양악수술을 성형수술로 여기는 인식 역시 유럽과 미국보다는 아시아 국가에서 강하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치과 양병은 교수는 “외국에서도 양악수술을 시행하지만 아직까지도 미용 목적보다는 기능 치료가 우선이어서 양악수술의 권위자는 구강악안면과 전문의가 대다수”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치과 치료보다는 성형수술로 인식하는 추세라 성형외과 수술건수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예뻐지려다 되레 인생 망치는 사례도 = 대중화된 양악수술이지만 그 위험성은 암수술에 뒤지지 않는다. 수술의 난이도가 높은 것은 물론 자칫하다가는 부작용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다.

2011년에는 양악수술을 받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여성이 사망했고, 지난해에는 양악수술의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여대생이 자살하기도 했다.

부작용은 물론 재수술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양악수술은 얼굴의 주요 신경이 지나가는 위, 아래턱의 뼈를 다루다 보니 자칫하다가는 감각이 돌아오지 않거나 턱관절 장애와 부정교합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과 다를 경우 환자는 처음 성형수술을 결심했을 때보다 더 쉽게 재수술을 결정한다.

양병은 교수는 “모든 수술이 그렇듯 처음이 가장 중요한데, 한번 손상 받은 신경은 그 어떤 치료를 한다 해도 정상을 회복하기 어렵다”면서 “가격이 싸고 연예인이 시술받았다는 말에 무턱대고 양악수술을 받았다가 얼굴부위의 신경이 마비되거나 자신이 예상했던 모습과 달라 재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만약 수술을 해야겠다면 수술의사가 해당 분야에 수술경험이 많은지, 마취과 전문의는 상주하는지,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은 필수 고려사항이다.

◇”또 고쳐야지, 여기도 할까”…당신이 바로 성형중독 = 고치지 않아도 되는 곳을 무분별하게 수술하는 성형중독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성형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거나 인정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여기만 수술하면 더 괜찮을텐데’라고 쉽게 생각하다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중독의 대표적인 특징이 자신은 절제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유독 자신만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성형수술 전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실제로 성형수술로 삶이 바뀌고 모든 것이 다 이뤄질 것 같지만 수술을 하고난 뒤 기대하던 것들이 이뤄지지 않자 허탈감에 다시 수술을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과도한 성형수술도 일종의 정신적 문제인 ‘신체 추형 장애’로 본다. 내성과 금단이라는 중독의 두 가지 특징이 성형중독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멀쩡한 외모에도 코가 비뚤어졌고 얼굴이 비대칭이라며 수술을 요구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 지나친 성형은 인공적으로 변해가는 외형과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우울과 불안, 대인기피, 불면 등의 정신증상을 유발한다. 심하면 강박증과 인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의 정신적 장애로 악화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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