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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는 소통의 단절서 비롯… S·O·S로 조직문화 바꿀 것”

“모든 문제는 소통의 단절서 비롯… S·O·S로 조직문화 바꿀 것”

입력 2013-01-28 00:00
업데이트 201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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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40여일… 변화 속 조직 안정 다지는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한전에 스며들어 있는 권위주의와 형식주의가 바뀌지 않는 한 한전의 미래는 없습니다. 최근의 문제들도 소통의 단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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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적자구조 탈피를 위한 경영 전략을 설명하하고 있다. 조 사장은 취임 이후 한전 조직 문화를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제공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적자구조 탈피를 위한 경영 전략을 설명하하고 있다. 조 사장은 취임 이후 한전 조직 문화를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제공
조환익(63) 한국전력 사장은 “정부는 물론 주주, 전기 소비자, 전력시장 참여자 등과도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S·O·S’를 통해 한전의 조직문화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S·O·S는 속도(Speed)와 개방(Open), 유연성(Soft)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말로 조 사장이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운동이다.

실제로 조 사장은 취임 하루 만에 인사를 단행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무엇보다도 조직 안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 사장의 취임(2012년 12월 18일) 40여일만에 한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1층 사장 전용 엘리베이터가 없어졌고, 경비원의 거수경례도 사라졌다. 출입 시에 민원인들의 불만을 샀던 검색대를 없애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행히 그동안 주가도 2만 8700원에서 3만 4750원대로 뛰었다.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요인도 있었지만 한전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조환익 한전 사장을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사장실에서 만나 한전의 경영방침을 들었다.

→취임 한달이 지났다. 사장으로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한전 조직 문화에는 권위주의와 형식주의가 깊이 배어 있다. 이것이 바뀌지 않으면 한전의 미래가 없다. 사장으로 있는 동안 최대 과제는 한전 조직 문화를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 직후부터 S·O·S를 강조했다. 과거의 딱딱하고 지루한 의사결정으로는 한전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S·O·S를 어떻게 한전 조직에 접목할 것인가.

-획일적인 팀 운영을 업무 특성에 맞게 자유롭게 할 것을 지시했다. 또 한전의 경제경영연구소 자료나 방송 등을 외부에 개방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한전을 찾는 손님들의 불만이었던 한전 로비에 설치된 보안 게이트를 허물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층 사장 전용 엘리베이터와 경비원의 거수경례 폐지, 명령과 지시의 회의문화 등도 바꿨다. 이런 것들이 하나씩 모여서 변화를 만들고 곧 국민적 신뢰로 연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조직 문화를 바꾸려면 조직 개편도 필수라고 생각한다. 조직 개편은 언제쯤 할 예정인가.

-3~4월쯤 생각하고 있다. 동절기 전력비상 수급 기간에 조직이 바뀌면 혼란이 있을 것 같아서 미뤘다.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할 것이다.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와 연료의 효율성 강화 등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R&D에 초점을 맞추겠다.

→한전의 장기 비전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은 있나.

-북한과 일본으로 전기 수출을 생각하고 있다. 한전은 지금 해외에 발전소를 짓고, 거기서 생산하는 전기를 팔아서 수익을 얻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기 자체를 수출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난을 겪고 있다. 북한도 본격적인 공업화에 나선다면 심각한 전력 부족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처럼 전기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면 전력수급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고 우리는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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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한전 사장
조환익 한전 사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를 향한 99%의 분노’라는 표어로 대변됐던 월가 시위 등에서 볼 수 있듯 신자유주의적 탐욕으로는 기업을 끌고 갈 수 없다. 그래서 기업, 특히 공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협력사 등을 위한 동반성장 전략은 있는가.

-협력업체의 해외 진출을 위해 ‘켑코(KEPCO·한국전력) 인증제’ 도입도 구상 중이다. 협력 업체들이 우수한 기술을 가졌음에도 중소기업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다. 즉 기술력이 있는 협력업체나 제품을 켐코가 보증한다는 인정서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다.

→한전이 국민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협력업체의 해외 진출뿐 아니라 영세민 전력 지원과 한전병원 시설 개선, 저소득 계층의 개안수술비 지원 등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에도 전개하겠다. 이를 통해 변화된 한전의 모습을 알리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기업으로 변신하겠다.

→전기 요금은 국민의 관심사다. 연초에 요금을 올렸는데….

-최근 잦은 요금 인상으로 국민적 부담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유가나 석탄값 폭등 등 해외 변수가 없다면 추가 전기 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다.

→2008년부터 한전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데 원인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전기를 원가 이하로 팔았기 때문이다. 2011년 한전의 원가회수율이 87.4%에 그치면서 3조 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평균 4% 전기요금 인상 등 지난해 요금 인상이 가파르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011년 8월~지난 14일 1년 5개월 사이에 모두 4차례, 18.4% 전기요금을 인상했지만 아직도 원가회수율이 94~95%대밖에 되지 않는다. 즉 아직도 100%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아직 원가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인데 다시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낼 것인가.

-유가 폭등 등의 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 전기 요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 부족한 부분은 경비 1조원 절감 등 우리의 노력으로 채워가겠다.

→1조원의 경비 절감이 얼마나 원가회수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나.

-부족한 부분이 5%인데 아주 정확하진 않지만 2% 정도 만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한전의 비용 54조 3000억원 중 전력구입비(84%)와 직원 인건비(2.8%), 감가상각비와 차입금 이자 등(8.8%) 고정비가 대부분이다. 이 중 우리가 줄일 수 있는 경비(1조 7000억·3.1%)와 수선비(7000억·1.3%)의 40%인 1조여원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여기에 발전 자회사 등의 노력이 더해지면 올해 적자구조를 탈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해외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됐던데 이유는 뭔가.

-올해 해외사업 예산은 8570억원으로 지난해(1조 1780억원)보다 30% 이상 줄였다. 유연탄, 우라늄 등 좋지 않은 해외 자원시장 상황을 반영해서 해외 지분 출자 사업을 대폭 줄였다.

→국내에서 전기 요금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 해외사업 비중 확대는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리스크가 큰 자원 개발 분야의 투자를 줄인 것이다. 해외 사업 수주를 위한 투자와 조직은 오히려 강화한다. 코트라 사장의 경험을 살려 올해 필리핀과 아프리카 등의 신흥 시장 발전사업 진출에 더욱 노력하겠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1950년 출생

1969년 서울 중앙고 졸업

1973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1981년 뉴욕대 재무관리 MBA

1992년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1998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차관보)

2004년 산업자원부 차관

2007년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2008년 코트라 사장

2013-01-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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