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겐 직불카드 권하면서 정작 정부는 신용카드만 사용

국민에겐 직불카드 권하면서 정작 정부는 신용카드만 사용

입력 2012-11-05 00:00
수정 2012-11-0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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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자영업자 수수료 부담

국민에게는 직불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정작 정부는 비품 등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만 쓰고 있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앞장서서 신용카드를 직불카드로 바꾸면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50억원 가까이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국경복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4일 ‘2013년 정부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9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해법과 자영업자 부담 경감 대책의 하나로 직불카드 우대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500만원 이하의 부처업무 추진비 등과 50만원 미만의 비품 구매비 등은 국고금관리법 24조에 따라 반드시 신용카드로 결제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형적인 정책 충돌”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신용카드 구매 실적은 2007년 2613억원에서 지난해 4726억원으로 5년 새 80.8% 늘었다. 올 들어 9월까지의 구매액도 2739억원이다. 재정부는 지난 8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20%에서 15%로 줄이는 대신 직불카드는 30%를 적용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1.5~3.6%)이 직불카드(1.0~1.7%)보다 높고 신용 결제는 사실상 빚이라는 점에서 직불카드 사용을 권장하려는 취지에서였다.

국 위원은 “정부 구매카드를 직불카드로 바꾸면 수수료 부담이 1% 포인트 가까이 줄어 영세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이 50억원가량 줄어들 것”이라면서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운영경비카드인 ‘클린카드’까지 직불카드로 바꾸면 경감 금액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용재 재정부 국고과장은 “정부 구매를 신용카드로 하면 국고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전에 (지출 적정성 등을) 점검할 수 있지만 직불카드로 바꾸면 곧바로 돈이 빠져나가 예산 통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민재 국회 기재위 조사관은 “직불카드도 결제에 문제가 있으면 취소하고 이미 지급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오히려 집행 오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예산 통제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재반박했다. 각종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직불카드 사용 비중(9.0%)이 독일(92.7%), 영국(74.4%), 미국(42.3%)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다소간의 불편이 따르더라도 정부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국민에게도 “(직불카드 사용 권장의) 말발이 설 것”이라고 김 조사관은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2-11-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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