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연동’ 가계대출 금리만 올랐다

‘CD금리 연동’ 가계대출 금리만 올랐다

입력 2012-07-22 00:00
수정 2012-07-22 17:1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짬짜미 의혹이 이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탓에 가계가 극심한 ‘금리 차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시중금리 하락으로 기업대출 금리는 큰 폭으로 내려갔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되레 올랐다. CD금리가 가계대출 금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서민만 ‘봉’이었던 셈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금리가 고점을 찍었던 2011년 7월 연 5.98%였던 신규 기업대출 금리는 올해 5월 5.74%로 떨어졌다. 하락폭은 0.22%포인트에 달한다.

가계대출 금리는 연 5.46%에서 5.51%로 뛰어올랐다. 시중금리의 인하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기업대출 금리는 대부분 금융채 등에 연동해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한다. 금융채가 이 기간 0.18%포인트, 회사채가 0.47%포인트 떨어지자 그 과실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가계대출은 절반가량 CD금리에 연동해 움직인다. CD금리가 이 기간 3.59%에서 3.54%로 거의 움직이지 않는데다 대출 규제책마저 시행돼 가계대출 금리는 오히려 올라버렸다.

대출잔액 기준으로 따져도 가계대출 금리의 하락폭(0.08%포인트)은 기업대출 금리(0.25%포인트)의 3분의 1분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계대출 금리는 거의 떨어지지 않았지만, 서민들이 이자 수입을 얻는 예금금리는 뚝뚝 떨어졌다.

지난해 7월 연 3.79%인 정기예금 금리는 올해 5월 3.63%로 낮아졌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4.24%에서 3.91%로 0.33%포인트나 추락했다.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는 시장금리의 하락세를 제대로 반영해 은행 수익을 극대화한 결과다.

비정상적 금리 구조로 인한 가계의 ‘이자 덤터기’는 예대마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예대마진은 은행의 핵심 수익원이다. 잔액 기준으로 총대출 예대마진은 지난해 5월 3.0%포인트에서 올해 5월 2.85%로 떨어졌다. 겉보기엔 금융소비자가 혜택을 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혜택은 고스란히 기업에 돌아갔다. 기업 부문의 예대마진이 0.23%포인트나 떨어졌지만 가계 부문은 고작 0.06%포인트 낮아진 데 그쳤기 때문이다. 가계만 은행의 봉이었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CD금리를 대신할 수 있는 대출 지표금리를 개발하라고 은행권에 요구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관련 회의를 거의 열지 않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올해 초 시작된 대출금리 개편 논의가 은행들의 불성실한 태도로 흐지부지 무산된 데는 가계에 ‘덤터기’를 씌워 이익을 유지하려는 은행들의 숨은 의도가 있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CD 연동 대출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 특히 생계자금에 필요한 단기대출에 많다”며 “CD금리가 시중금리를 반영하지 못해 가계가 추가 비용을 낸 셈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거래량이 적어 ‘식물금리’로 전락한 CD금리를 대신해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대출 기준금리를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