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무너질라’…하이마트에서 무슨 일이?

’지붕 무너질라’…하이마트에서 무슨 일이?

입력 2011-11-24 00:00
업데이트 2011-11-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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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판매업체인 하이마트가 대주주인 유진그룹과 정면 충돌하고 있다.

하이마트 창업주인 선종구 회장이 “유진그룹이 경영권에 개입하려 한다”고 반발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사원들에게 돌리면서 양측의 갈등이 외부로 노출됐고, 이에 유진그룹이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 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25일 전국 304개 지점 임직원들이 연차 휴가를 내고 동맹 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유진그룹이 선종구 회장의 최근 행동을 문제 삼으며 30일 이사회를 열어 선 회장을 교체하려 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부터 표면 위로 불거졌다.

지난달 6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선임되고 최근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 중 6.9%의 콜옵션 행사를 검토하는 등 경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부터다.

그러자 선 회장은 22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나에게 회사 경영을 전담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앞서 18일에는 회의석상에서 “하이마트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리자”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유진그룹이 4년 전 하이마트를 인수할 때부터 잠재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한 것은 그룹의 성장 모멘텀을 ▲건설소재 ▲유통 ▲금융 등 3대 사업군으로 정해 하이마트의 유통망과 그룹의 다른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유진그룹이 언젠가는 하이마트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유진그룹은 선 회장의 최근 행동은 명백한 월권으로, 최대주주로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대표이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상적인 절차로 합병인수(M&A)를 통해 하이마트 최대주주의 자리에 올라섰으니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선 회장이 2대 주주라고 하지만 그 지분이 곧 경영권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했는데 정작 최대주주가 아무런 경영개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 회장은 유진그룹이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인수 당시 선 회장에게 경영권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은 “하이마트는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의 결정으로 선 회장의 단독대표제를 유지해 왔을 뿐”이라며 그간 지속된 선 회장의 단독대표 체제도 선 회장이 아닌 유진그룹의 판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룹은 또 “지난달 해외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시점에서 그룹의 힘을 보태고 최대주주로서 책임 경영에 앞장서기 위해 유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이는 궁극적으로 하이마트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선 회장이 이메일을 통해 직원 세 모으기에 나서자 유 회장도 이날 하이마트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응수했다.

유 회장은 “선 회장이 혼자만의 경영권을 누리지 못할 바에는 회사를 망가뜨리겠다고 말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배임이고 자본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며, 개인 차원의 이권을 계속 누리기 위해 혼자만의 경영권을 사수하겠다는 무리수”라며 비난했다.

유 회장은 이어 “회사가 해외시장으로 확장하려면 그룹 차원의 역량을 보탤 필요가 있다”며 “임직원들도 저의 뜻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두 회사의 주가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하이마트 주가는 전날 대비 1만1천100원 급락한 7만5천900원으로 마감된 반면 유진기업은 상한가를 달려 개장 직후 가격 제한폭까지 오른 2천550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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