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우린 그런거 몰라”…명품의 배짱

“FTA? 우린 그런거 몰라”…명품의 배짱

입력 2011-06-29 00:00
업데이트 2011-06-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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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샤넬.구찌, FTA 발효돼도 가격인하 안할 듯

다음달 1일부터 한-EU FTA(자유무역협정)가 공식 발효되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유럽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하 효과는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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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샤넬


루이뷔통, 샤넬, 구찌, 에르메스 등 유럽 명품 브랜드들은 지금까지 FTA에 대해선 이렇다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지만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해볼 때 FTA 발효에 맞춰 일제히 제품 가격을 인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는 다음달 1일 이후 유럽산 의류(13%)와 구두(13%), 가죽가방(8%) 등에 부과되던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 이들 제품의 국내 판매가격도 해당 비율만큼 내려가야 하지만 업체 자체적으로 관세 인하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재할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이들 업체는 최근 주력 제품의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면서 한-EU FTA는 남의 일이라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샤넬이 지난 4월 상당수 제품가격을 평균 25% 인상한 데 이어 루이뷔통도 지난 24일 한국 내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4~5% 정도 인상했다.

루이뷔통의 제품가격 인상은 지난 2월에 이어 불과 4개월만이다.

루이뷔통의 대표적 가방인 ‘스피디30’은 지난 2월에 92만원에서 96만5천원으로 오른 데 이어 이번에 다시 101만5천원으로 올랐고, 역시 가방제품인 ‘네버풀MM’은 지난 2월 97만원에서 102만5천원으로 인상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107만5천원으로 올랐다.

한-EU FTA 발효를 불과 며칠 앞두고 이뤄진 이번 인상의 배경에 대해 FTA가 발효된 뒤에도 현재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사전 대책’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리 가격을 인상하고서 FTA가 발효된 뒤 ‘찔끔’ 내리면 생색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치품 시장의 속성상 ‘비쌀수록 잘 팔리는’ 구조에서 지금도 없어서 못팔 정도로 잘 팔리고 있는데 업체들이 굳이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유럽 명품업체들이 7월1일 이후에도 제품가격을 내리지 않을 경우 관세 철폐에 따른 차익금은 온전히 업체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며 “우리 정부는 FTA가 체결되면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홍보했으나 명품의 경우 정작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업체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FTA에 대한 명품업체들의 공식입장은 제각각이다.

최근 잇따라 가격을 인상한 루이뷔통코리아 측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FTA와 관련한) 가격 변동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입장인 데 비해 구찌코리아 관계자는 “구찌 제품은 EU 외 국가인 스위스를 거쳐 유통되기 때문에 한-EU FTA 발효에 따른 관세 혜택이 없다”며 가격을 내릴 의향이 없음을 시사했다.

반면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가격을 어떻게 할지) 내부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혀 가격인하 가능성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국내 위스키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영국의 디아지오와 프랑스의 페르노리카도 FTA 발효와는 상관없이 현재의 가격을 유지할 방침이다.

현재 유럽에서 수입하는 위스키에는 2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다음달 1일 FTA가 발효되면 향후 4년간에 걸쳐 매년 5%씩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위스키의 경우 관세 즉시철폐가 아니라 4년간에 걸친 단계적 철폐여서 가격을 내린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하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따라서 바로 가격을 내리기보다는 상황을 좀 지켜보면서 대응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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