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에 둥지튼 ‘비둘기파’ 김중수

한은에 둥지튼 ‘비둘기파’ 김중수

입력 2010-03-17 00:00
업데이트 2010-03-17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한국은행도 정부다.”

이미지 확대
김중수 OECD대사  연합뉴스
김중수 OECD대사
연합뉴스
 ‘매파(이성태 현 한국은행 총재)’의 바통을 이어받은 ‘비둘기파’ 김중수 한은 총재 내정자의 통화정책관을 읽을 수 있는 한 마디다.김 내정자는 최근 KBS 1라디오에 출연해 “한은이 정부 정책과 잘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에게는 합리적인 시장주의자,균형잡힌 성장주의자,대외 개방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비서관을 맡아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곽승준 국정기획수석과 트로이카를 구축하며 ‘MB 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려 추진했다.

 김 내정자는 관료 출신은 아니지만,역대 정부에서도 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책 경험을 쌓았다.이 때문에 정부 정책에 맞추다 보면 한은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도전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KDI 출신 정통 경제학자···官·學 두루 거쳐

 거시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을 시작으로 KDI 원장까지 지냈다.

 문민정부 시절인 1993년 대통령 경제비서관을 거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준비소장으로서 우리나라의 OECD 가입에 큰 역할을 했다.

 이 밖에 조세연구원장,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대통령 자문위원,한림대 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학계와 관가를 두루 오갔다.

 KDI 원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에는 “2010년대 초까지 5%대의 잠재 성장이 가능하지만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며 중장기적 성장 잠재력 확충에 정책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그 과제로 중소기업 구조조정과 규제 개혁 등을 제시했다.

 단기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경제 체력 강화와 대외 개방을 중시하는 게 그의 경제관이다.

 통화 및 재정정책으로 대표되는 단기 거시경제 정책이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으며,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수출 주도형 성장과 OECD 가입 등에 이은 자유화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적절한 제도 개혁을 주문했다.

 이러한 성향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코드와 맞는 것으로 평가돼 초대 경제수석으로 기용됐다.

 하지만,현 정부가 내세운 ‘7.4.7(연간 7% 경제성장,4만달러 국민소득,7대 경제강국)’ 비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국민과의 소통 부재와 정국 혼란의 여파로 4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는 ‘보은인사’ 논란 속에 주 OECD 대사로 발탁돼 우리나라의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가입에 이바지했다.

 ◇원활한 정책조율 기대···‘강한 정부론’ 펴기도

 과거 발언과 학계의 평가를 고려하면 김 내정자는 당분간 정부와 정책 조율을 원활히 하면서 다소 확장적이고 완화적인 통화정책 방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김 내정자는 KDI 원장 시절 거시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체계적으로 분석·예측했던 경험이 있어 통화정책 결정의 중요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는 상당히 협조적인 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참석,“경기 부양기조는 당분간 유지하되 신뢰할 수 있는 출구전략과 재정 건전성 계획을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그의 신념은 경희대 교수 시절인 2000년 한 잡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글로벌 경제와 강력한 정부’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제위기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이후로는 더욱 근본적이며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며 “글로벌 추세는 강한 정부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무작정 정부 역할의 확대를 주문하는 것은 아니었다.그는 2004년 9월 열린 8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구조적 요인에 대한 진지한 대응 없이 재정확대 정책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안게 되며,인플레이션보다 경기확장에 주력한 통화정책을 사용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KDI 원장으로 재직하던 같은 해 국민경제자문회의 발표를 통해 “외환수급에 따라 신축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외부 출신이지만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 총재직을 수행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조세연구원,KDI 등에서 박사들을 이끌고 일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한은 조직을 이끄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조직 장악력과 업무 파악이 뛰어난 편”이라고 기억했다.

 KDI 관계자는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으로 원장 재직 당시에는 일하는 시스템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많이 변화시켰고 조직 장악력도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