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은총재 내정자의 과제는

김중수 한은총재 내정자의 과제는

입력 2010-03-17 00:00
업데이트 201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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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는 한은 독립성에 대한 소신을 밝혀 내부로부터 신임을 확보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파이터’로 불리며 한은 독립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이성태 총재의 후임이라는 점 때문에 그런 부담이 더 크다는 관측이다.

 또 총재의 한마디에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이른바 ‘BOK쇼크’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과의 소통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전문성도 보여줘야 한다.

 상대적으로 금융당국과의 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기대되는 김 내정자는 한은법 개정과 공동검사권 등 문제로 꼬여버린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역량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은 독립성 소신 밝혀야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최근 후임 한은총재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중앙은행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인 한은과 경기부양에 중점을 두는 정부는 본질적으로 상충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간 상호 견제와 협조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특히 정치적 논리나 현 정권과의 친분관계 등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면에서 김 내정자는 현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11년만에 열석발언권을 행사해 올해부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면서 한은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기 때문에 김 내정자는 무엇보다 먼저 독립과 자율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공표해 안팎의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던 2004년 9월 연세대 경제대학원 주최 강연에서 “잠재성장률이 5%대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말해 2008년까지 연평균 5%대 실질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등 소신있는 행보를 여러차례 보인 적 있다.

 ◇시장과 소통 능력 필수

 이성태 총재는 4년간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 신뢰를 심어준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또 절제된 화법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 노력한 점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받는다.총재의 말 한마디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이른바 ‘BOK 쇼크’ 사태가 이 총재 재임 때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할 때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헬리콥터,수평선,문고리 등 다양한 비유를 통해 시장에 금통위의 입장을 이해시키려 했다.덕분에 시장으로부터 비유의 달인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이같은 시장과의 소통 노력은 김 내정자에게도 요구되고 있다.

 공동락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는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완곡 어법을 통해 채권시장과의 의사소통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며 “김 총재 내정자가 이런 부분을 잘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김 내정자가 한은의 개혁 필요성이나 국제사회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등과 관련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추진하는 데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계량경제연구소 연구원과 오하이오주립대 인적자원연구소 수석연구원,주프랑스 공사,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 교수,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을 역임해 국제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과의 소통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갈등 어떻게 풀까

 김 내정자는 정부와의 원활한 정책조율과 금융당국과의 갈등관계 해소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은은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2008년 8월 금리인상을 결정하고,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뒤늦게 금리인하에 나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는 정부와의 정책협조가 비교적 원활했지만 금리인상으로 대표되는 출구전략의 시행시기를 놓고 최근 정부와 온도차를 보이곤 했다.

 급기야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재부 차관이 금통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열석발언권을 행사했다.원활한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금통위의 금리인상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발생 이후 재정정책과 통화정책(한은)의 불협화음을 경험한 정부로서는 한은 총재의 권한과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아직 위기상황이 종료되지 않아 통화정책의 협조 또는 공조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검사권을 놓고 벌어진 금융당국과의 갈등을 푸는 것도 중요하다.

 중앙은행에 금융회사 단독 검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국은행법 개정 과정에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극심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은은 원활한 통화신용정책 추진을 위해 단독 검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금감원은 통합 감독기구가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에 검사권을 부여하면 금융회사의 부담만 커진다고 반발했다.

 한은과 금감원은 출연금 문제를 놓고도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은은 금감원 출범 첫해인 1999년 413억 원을 출연하고 나서 매년 액수는 줄였지만 출연금을 내왔다.작년에도 100억 원을 출연했지만,올해는 지원할 수 없다고 금감원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한국은행이 출연금을 내지 않으면 금융회사 분담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예년처럼 출연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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