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계 카드사 ‘기프트카드 전쟁’

기업계 카드사 ‘기프트카드 전쟁’

입력 2010-02-22 00:00
업데이트 2010-02-2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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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업계 ‘빅3’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매장에서 기프트카드를 일절 받지 않았다.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권 시장이 카드사들의 기프트카드에 의해 잠식당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쇼핑이 그 제한을 풀었다. 롯데카드가 발행하는 기프트카드를 받아주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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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는 지난 17일 롯데백화점·롯데마트 등 롯데 멤버스 제휴 24개 업체에서 쓸 수 있는 5만·10만·30만·50만원짜리 선불카드 ‘롯데 스페셜 카드’를 출시했다. 기프트카드에 대해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던 유통 ‘빅3’가 카드사와 직접 손을 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화갤러리아·GS리테일 등에서는 기프트카드 사용이 가능했지만 ‘빅3’는 불가 방침을 고수해 왔다.

이에 따라 기프트카드를 둘러싼 전업계 카드사 간 뜨거운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카드-롯데쇼핑과 같은 한 울타리 계열사는 아니지만 그룹 오너의 뿌리가 같은 삼성카드-신세계, 현대카드-현대백화점의 제휴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롯데카드가 처음으로 ‘빅3’ 중 하나인 롯데쇼핑의 기프트카드 진입 장벽을 허물었으니 다른 카드사에 상당히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백화점·할인점 기프트카드 시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업체 관계자도 “그동안 백화점·대형마트와 관련된 고객들의 불만이 워낙 컸기 때문에 롯데쇼핑도 롯데카드 외에 다른 카드사와도 제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 방향으로 가면 우리도 뛰어들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기프트카드는 무기명 양도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매년 폭발적으로 시장이 성장해 왔다. 기프트카드를 포함한 선불카드 이용액은 2004년 2605억원에서 지난해 1조 2906억원으로 5년 만에 5배가 됐다. 이 중 기프트카드는 전체의 82%인 1조 6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카드 발급건수도 같은 기간 605만 5900건에서 2009년 3000만 3200건으로 늘었다.

포화 상태인 신용카드 시장 밖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연간 1조원이 넘는 기프트카드 시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기프트카드는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가맹점 수수료 수입을 기반으로 하지만 고객의 대금 연체나 대손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충당금 적립 등 비용부담이 적다. 돈은 똑같이 벌면서 리스크는 적은 셈이다.

최근 하나카드·신한카드 등 은행계 전업카드사들이 ‘모바일 카드’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계 전업카드사들이 자신들의 강점을 살린 유통업계와의 제휴로 활로를 모색한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전업계 카드사 중 시장 점유율(지난해 9월 현재 6.4%)이 가장 낮은 롯데카드가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스페셜 카드 출시도 롯데카드가 적극적으로 제안해 성사된 것”이라면서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0-02-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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