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감독의 ‘분데스리가 동화’

32세 감독의 ‘분데스리가 동화’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9-12-17 22:30
업데이트 2019-12-1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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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겔스만 RB라이프치히 청년 감독의 성공

챔스 토너먼트 무대 밟은 최연소 감독
내년 손흥민의 토트넘과 16강전 대결
15세 때 부친 작고… 21세에 부상 은퇴
지도자 시험 2등… 2016년부터 1군 지도
직설적 소통·노련한 전술 구사 통해 성과
독일 분데스리가 RB라이프치히의 최연소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이 지난달 27일 홈에서 열린 벤피카(포르투갈)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경기에서 고함을 지르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라이프치히 AP 연합뉴스
독일 분데스리가 RB라이프치히의 최연소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이 지난달 27일 홈에서 열린 벤피카(포르투갈)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경기에서 고함을 지르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라이프치히 AP 연합뉴스
그가 이기면 역사가 된다. 내년 2~3월 2019~20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와 맞붙는 RB라이프치히(독일)의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의 이야기다. 그는 1987년생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보다 두 살 어리고,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는 동갑이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무대를 밟은 역대 최연소 감독으로서 그가 승전고를 울릴 때마다 새 역사를 쓰게 되는 셈이다. 그는 지난 16일 대진표가 확정된 뒤 “(토트넘과의 대결이) 흥분된다. 기다리기 힘들다”고 밝혔다.

나겔스만은 20대 때인 2016년 1899호펜하임의 1군 지휘봉을 잡으며 혜성과 같이 분데스리가에 등장했다. 분데스리가 역대 최연소 1군 감독으로서 그는 당시 강등권에 머물던 호펜하임을 2016~17시즌 4위, 2017~18시즌 3위로 수직 상승시키며 창단 이후 처음 유럽클럽 대항전 무대로 이끌었다. 그것도 2년 연속. ‘천재 감독’이라는 찬사를 받은 그는 올 시즌부터 라이프치히의 지휘봉을 잡아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동화와 같은 성공 신화의 비결은 무엇일까.

일찍 찾아온 시련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우선한다. 열다섯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장이 돼 또래와는 다른 삶을 살았던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찍 어른이 됐다”고 말했다. 시련은 그치지 않았다. 2~3부 리그에 머물던 1860뮌헨에서 중앙 수비수로 뛰었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괴롭혔고, 2008년 스물한 살의 나이에 아우크스부르크 2군에서 은퇴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축구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 유소년팀 감독을 시작으로 선수 스카우터, 비디오 분석관, 수석 코치 등 한 계단씩 올라갔고, 결국 선수로서 밟지 못했던 1군 무대를 감독으로 밟게 됐다. 그가 어린 나이에 겪었던 시련들은 경쟁팀 구단주가 씹던 껌을 면전에 집어던지고, 경쟁팀 감독이 욕설을 퍼부을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자산이 됐다.

공감 능력도 그의 눈부신 리더십을 떠받치는 요인이다. 그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과 또래 격이다. 고정관념으로 보면 권위를 발휘하기 힘들어 리더십이 취약할 것 같지만 나겔스만에겐 오히려 선수 눈높이에서 쉽게 소통하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펜하임에서 나겔스만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해 독일 국가대표까지 된 니클라스 쥘레는 “선수들에게 원하는 것을 망설임 없이 말하는 등 소통을 할 때 직설적인 편”이라고 나겔스만을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장점들도 실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결실을 맺지 못했을 것이다. 나겔스만은 자나깨나 축구만 생각하며 전술을 고민하는 ‘축구 바보’다. 50·60대 감독 못지않은 전술 구사력을 보이며 성과를 내는 그의 천재성은 모든 것을 축구에 쏟아붓는 열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중원을 두껍게 하고 라인을 끌어올려 상대 진영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한편 점유율을 유지하다가 기회가 있으면 빠르게 치고 나가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템포 축구를 구사한다. 또 드론 등 첨단 기기를 활용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촬영하고 이를 분석해 선수 개개인에 맞춤형으로 활용하는 그의 훈련 방식은 큰 화제를 모았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등 명문 구단들의 러브콜을 물리치고 창단 10년 남짓한 신흥 강호 라이프치히를 선택한 것을 보면 나겔스만은 정말 스스로를 동화 주인공처럼 생각하는 것도 같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9-12-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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