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특혜 지원’ 파문에 쑥대밭 된 승마협회

‘정유라 특혜 지원’ 파문에 쑥대밭 된 승마협회

입력 2016-11-07 11:49
업데이트 2016-11-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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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전무 검찰 소환…직원들 사무실 문 잠그고 언론 접촉 피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 선수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한승마협회도 쑥대밭이 됐다.

검찰은 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전자가 승마 선수 육성을 명분으로 최씨 모녀의 독일 내 회사인 비덱스포츠에 35억원을 송금한 것이 밝혀진 데 대해 조사 중이다.

승마협회는 정 씨에게 유리하도록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변경하고, 정 씨의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승마 발전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이 정 씨의 승마선수 활동과정에서 특혜 여부에 대해 수사에 나서면서 2일 정 씨의 독일 훈련과 말 구입을 도운 박재홍 전 마사회 감독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5일에는 승마협회 전·현직 전무가 같은 날 소환되기도 했다.

승마협회는 협회 1년 예산이 약 40억원에 불과하고 협회 이사회나 총회를 거쳐 돈이 지출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협회 실무 직원들은 35억원 송금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 돈을 회장사 차원에서 지원했다고 밝힌 만큼, 협회 회장과 부회장을 맡은 삼성전자 사장과 전무의 소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협회 회장과 부회장이 최순실 씨 귀국 전 독일을 다녀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련자들의 ‘입맞추기’ 의혹이 일기도 했다.

김종찬 승마협회 전무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도록 협회 직원에게 지시했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면서 “중장기 로드맵은 특정인을 도와주려는 것이 아니고 도쿄올림픽을 위한 것이라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선수권 출전자에게 아시안게임 대표 자격을 주기로 한 것은 정유라와 무관하다”면서 “정유라가 예선을 통과해 세계선수권에 나간다면 실력이 있는 것인 만큼, 특혜가 아니고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모 전 전무와 같은 날 검찰에 출석했지만, 함께 조사받지는 않았다”면서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와 삼성이 계약하는 데 박 모 전 전무가 관여한 지 여부는 모르지만, 중장기 로드맵에 관여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협회는 직원들이 근무 중인 협회 사무실 문을 잠가 놓고 취재진의 출입이나 촬영을 막는 등 민감해 하는 모습이다.

승마계로서는 검찰 조사뿐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승마에 대한 ‘귀족 스포츠’, ‘부패·비리’ 이미지가 퍼지고 있는 것도 큰 손실이다.

협회 ‘중장기 로드맵’에 따르면 마장마술 선수 1명이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말 3마리 구입에 40억원, 전지훈련에 10억원 등 총 50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거액이다.

여기에 정 씨가 고등학교 시절 승마 대회 출전을 이유로 학교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았고, 승마특기생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규정과 달리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성적을 인정받았다는 점 등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승마협회는 이미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대표 선발을 둘러싸고 ‘살생부’ 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서 고교 2학년이던 정 씨가 준우승하자 상주경찰서가 심판 판정에 대해 내사를 벌였고, 청와대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 씨측이 만든 ‘살생부’에 이름이 올랐던 일부 지역 승마협회장들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감사를 진행한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찍혀 공직을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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